▷광복 전후(前後) 궁핍한 시절에는 체신고 철도고 사범학교에 인재가 몰렸고 대학에도 광산과(鑛山科)라는 게 있었다. 좋은 일자리라야 철도청 우체국 학교나 전력회사 정도이던 시절이다. 1960년대에는 비누 치약 옷 같은 생필품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화학공학 섬유공학 전공의 문턱이 높았다. 1970년대에는 해외건설과 중화학공업 때문에, 1980년대에는 철강 조선 기계 전자 자동차산업이 뜨면서 관련 공학과 출신이 후한 대접을 받았다.
▷인기학과는 사회변화의 축도(縮圖)다. 산업화가 이루어져 정보화로 나아가고,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이공계의 퇴조가 시작됐다. 외환위기 때 ‘사내(社內)정치’에 약한 기술직 전문직 연구원부터 잘린 탓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제는 대졸 청년이 높은 보수의 유명 기업에만 몰리던 것도 옛 이야기다. ‘평생 일자리’를 선호해 사범대 교육대의 인기가 치솟고 자격증 따내는 학과를 쳐준다. 참살이 바람을 타고 한의대 합격점수가 아주 높다.
▷21세기에 각광받을 산업으로 미용 건강 분야가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얼굴경영학과, 피트니스건강관리과, 웰빙건강관리과, 보건허브과, 차(茶)학과, 순결학과, 병원코디네이터과에서부터 아로마테라피 요가 등을 가르치는 웰빙테라피과에 이르기까지 어지러울 정도다. 그 밖에도 이종격투기과, 특수탄약과, 골프경기지도과, 보석감정딜러과 등이 생겨났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새 전공이 늘고, 인기를 끌수록 좋은 일이다. 청년을 병들게 하고 국가 사회를 허약하게 하는 ‘청년실업’을 줄이는 새 처방이 돼 준다면….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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