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부 장관과 NSC 상임위원장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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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NSC 상임위원장까지 겸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 안보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NSC 상임위원장은 NSC 의장인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어 인사권 행사는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분단국으로서 우리가 직면한 한반도 문제의 다층(多層) 구조를 생각할 때 적절치 못한 결정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서해교전이 다시 발생했다고 치자. 통일부는 남북관계가 우선이니까 가능한 한 ‘민족 간 대화’로 풀기를 바랄 것이다. 국방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응징’을 원하고, 외교통상부는 주변 4강과의 관계도 고려한 ‘외교적 해법’을 염두에 둘 것이다. 이들의 입장을 조정하고 통합해 최적의 대안(代案)을 찾아내는 게 NSC가 할 일이다. 특정 부처의 장(長)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것이 논리와 효율 면에서 맞지 않는 이유다.

통일부는 더 그렇다. 성격상 ‘민족과 통일’을 앞세울 수밖에 없으므로 장관이 NSC를 관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정부는 ‘민족 우선주의’로 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동맹국인 미국의 눈에는 아예 ‘친북탈미(親北脫美)’로 비칠 수도 있다. 더구나 이 장관 내정자처럼 자주(自主)를 강조해 온 인물이 장관 자리에 앉는다면 오죽하겠는가. 경기도 하기 전에 실점(失點)부터 당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에게 그럴 만한 여유가 있는가.

경험이 많지 않아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외교 안보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게 되면 ‘프로 정규군’인 외교통상부가 주저앉고 만다. 한미 관계를 추스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에 현안이 생길 때마다 통일부 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이라는 타이틀로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일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다행히 이달 말로 NSC가 대통령안보정책실로 개편된다고 하니, 이런 점들을 고려해 유능하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인재들로 외교안보팀을 구성해 주기 바란다. 국민과 동맹국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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