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권의 ‘장관’이라는 자리

  • 입력 2005년 12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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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언동’으로 유명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내년 초 개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 기용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보도되고 있다. 유 의원 자신도 입각 가능성에 대해 “장관 될 가능성이 51 대 49다” “이제 입각 못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되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를 입각시키기 위해 여당 내 거부반응을 잠재우려는 물밑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권은 일부 장관에게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고 한다. ‘등 떠밀리고’ 있는 대상은 과거 열린우리당의 ‘취약지구’ 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졌던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재용 환경부 장관 등이다. 이들이 “부처 업무 챙기기도 바쁘다” “벌여 놓은 일이 많다”며 거부반응을 보이자 여권 핵심에서는 “지방선거 나가라고 장관시켜 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닦아세우는 모양이다.

노무현 정권에 과연 ‘장관’ 자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장관은 국민 개개인의 일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각 분야 행정의 수장(首長)이자 국정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국무위원이다. 보건복지부만 하더라도 의약(醫藥)에서부터 식약(食藥) 후생 복지 보험에 이르기까지 아마추어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부처다.

그런데도 노 정권은 “내 쌈지 안의 것을 ‘코드’에 맞춰 인심 쓰기로서니 무슨 시비냐”는 태도다. 현대 행정의 복잡다기한 특성과 작은 갈등조차 수습하기 어려워진 행정의 질적 변화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장관 인사를 ‘이력 붙여 주기’쯤으로 여기고 선거 때만 되면 만사 제쳐놓고 당락(當落) 승부에 ‘올인’하겠다니, 이 정권의 장관은 표(票)를 위해 동원되는 도구란 말인가.

그런 개각과 인사로 지지율 상승을 바라고 국정 안정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무리다. 빗나간 개각, 어긋난 인사가 국정 실패와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인재 풀을 넓혀 적소에 기용하고 편협한 ‘코드’를 버리고 넓은 시각에서 국정을 바라보려는 노력 없이는 정치고 행정이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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