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원수]볼썽사나운 檢-警감정 싸움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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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찰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조간신문 보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와 친분이 있는 법조 브로커 윤상림(구속) 사건을 검찰에서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에서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경찰의 60년 숙원이 이뤄지려는 시점이어서 경찰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찰 수사의 자존심’인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이 구속되고, 윤 씨가 경찰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본보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불만’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자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이 직접 나섰다.

허 청장은 12일 “윤 씨가 검찰 인사들과도 친하게 지냈다는 정보가 있지만 수사권이 없는 경찰로서는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의 편파수사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또 “무소불위한 검찰 권한과 수사를 견제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석한 윤시영(尹時榮) 수사국장은 “검찰과 군, 경찰, 정치권 등 다른 거물급도 많은데 경찰만 수사한다”면서 “검찰 수사에는 저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가만있지 않았다. 윤 씨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박한철(朴漢徹)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13일 ‘군자욕 눌어언 이민행(君子欲 訥於言 而敏行·군자는 말은 신중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는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공직자로서 말과 행동의 품격을 지키지 못하면 기관뿐 아니라 나라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허 청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경찰은 경찰 내부와 검찰 모두로부터 견제받는다”는 경찰의 억울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책임자가 조직원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누가 봐도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검찰도 이번 기회에 경찰의 불만을 곱씹어 봐야 한다. “경찰이 검사 비리를 수사하려고 하면 검찰이 수사를 통째로 빼앗아가 검찰의 흠을 검찰이 덮어 주는 사례가 많았다”는 경찰의 지적이 왜 나오는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원수 사회부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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