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사랑하는 서민’의 얇은 주머니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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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보여 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들어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0%대 증가에 머물렀다.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그제 청와대 홈페이지에 “서민을 향한 대통령님의 애정은 멈출 줄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실질소득 정체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다. 빈부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총소득 정체는 곧 서민 소득의 감소를 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소득 하위 30% 가운데 적자를 낸 가구가 절반을 넘었다. 1∼9월 중 개인 파산신청 건수는 2001∼2004년 4년간의 합계보다 많은 2만3756건이었다. 게다가 가계 빚이 5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상승 추세라 중산층의 삶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판에 세금과 공공요금은 줄기차게 오르고 있다. 대통령의 서민 사랑이 아무리 지극해도 애정을 실감할 수 없는 국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였고 GNI 증가율은 0.2%였다. GDP 성장률에서 원유가격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 부문과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배당 등 소득의 해외 이전 부문을 뺀 것이 GNI 증가율이다.

그렇다면 교역조건과 소득이전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이 없고, GDP 성장률이 3∼4%대를 지속하는 한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더구나 저성장이 3년간 계속됐기 때문에 앞으로 GDP 성장률이 6% 이상 돼야 일자리가 더 생기고 서민층까지 성장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양극화가 문제’라고 평론가처럼 말하면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보다는 기업과 부유층을 적대시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을 선호하고 있다. 이래서는 성장률 제고가 어렵고, 결국 민생 개선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주된 이유의 하나가 정권의 잘못된 정책코드에 있음을 깨닫고 있는지 궁금하다. 애정 표시만으론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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