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고승철]그대 삶의 CEO는 그대 자신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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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고교생 시절에 성적이 중간 이하였다고 한다. 지망 대학에 거푸 낙방했다. 겨우 들어간 대학도 중퇴했다. 그리곤 영화계에 뛰어들어 대성했다.

스필버그 감독의 고교 동기생인 스티븐 스콧 아메리칸 텔레캐스트 대표는 “스필버그가 큰 인물이 된 것은 어릴 때부터 원대한 꿈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 만들기에 매달린 결과”라고 자신의 저서 ‘내가 멘터에게 배운 것’에서 밝힌 바 있다.

스필버그보다 공부를 잘했던 스콧은 대학 졸업 후 6년 동안 여덟 군데의 직장에서 쫓겨났다. 스필버그는 이미 할리우드의 명사로 떠올랐다. 스콧은 인생행로에 대해 고민하다 관심분야이던 마케팅 업무에 몸을 담았다. 특출한 선배(멘터)의 노하우를 분석하고 실천해 마침내 연간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 회사를 키워 냈다.

흔히 대학입시철이나 취업시즌이 되면 불합격자, 구직 실패자의 훗날 성공담이 소개되곤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상투적인 구호와 함께….

주위를 둘러보면 명문학교의 우등생 출신 가운데 호구지책을 마련하지 못해 지인에게 손을 벌리는 백수들이 적잖다. 그 반대 사례의 주인공도 보인다. 학창 시절 열등생이었지만 일찌감치 자기 사업을 차려 명문대 출신 임직원 여럿을 호령하는 기업인이 그들이다. 운(運)의 차이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의 의지, 도전정신, 열정은 의미가 없지 않은가.

SWOT분석이라는 경영 기법이 있다. 기업 내부의 강점(Strength) 및 약점(Weakness), 외부환경의 기회(Opportunities) 및 위협(Threats)을 두루 따져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해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총지휘한다. 훌륭한 CEO라면 탄탄한 계획을 세워 투자하고 갖은 시련을 이겨낸다.

이것을 개인에게 적용해 보자. 스필버그 감독은 초등학생 때부터 영화광이었는데 이 특성을 살려 성공했다. 요행으로 딴 과실이 아니고 치열한 수련을 통해 얻었다.

화학자 케쿨레는 연구에 몰두하다 잠이 들어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춤추는 꿈을 꾸고 벤젠의 6각 고리구조를 알아냈다고 한다. 분자 생물학자 잡슨도 꿈속에서 나선형 계단을 보고 DNA가 2중 나선구조를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처럼 어떤 일에 몰두한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이치를 깨닫는 경우를 심리학자 케스틀러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이라 명명했다. 철저히 준비한 사람에게 내려지는 축복이라 하겠다.

각 개인은 자기 삶을 엮어가는 CEO다. 자신의 재능과 주변 여건을 잘 파악해 제대로 대응하면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 소질 계발에 게으르거나 과음 과식 운동부족으로 몸을 망친다면 실패한 CEO가 된다.

개인의 성공 비결을 따지는 ‘성공학’은 아직 학문적 체계를 갖추진 못했다. 처세술 연구에 머문 수준이다. 성공한 기업은 경영학에서 체계적으로 연구되는 반면 성공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인간의 삶이 그만큼 복잡다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개인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주로 역술인이 맡고 있을 정도다.

개인의 전공과 진로를 결정할 때 ‘인생 경영(Life Management)’이란 개념이 필요하다. 개성에 맞는 공부와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인기 학과와 돈벌이에 유리한 직업만을 좇는다면 성공할 확률이 낮다.

‘할 수 있다’는 정신만 가지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맹신도 금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는 게 인생 아닌가. 낙오자도 따스한 가슴으로 안아야 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젊은이는 자신의 적성과 역량을 냉정히 살펴야 한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행복해지리라.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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