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左派的 역사 만들기에 혈세 쏟아 붓는 정권

  • 입력 2005년 11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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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촌에서 ‘과거사 공화국’을 찾아 보라면 대한민국이 첫손가락에 꼽힐 만하다.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있다.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 등 부처별 과거사 위원회도 활동 중이다. 행정자치부에는 거창사건, 노근리사건, 제주도4·3사건 등 사건별 처리 지원단이 있다. 예산이 공개되지 않는 국정원 과거사위를 제외하고도 이들 위원회에 올해 국민 세금 465억 원이 들어간다. 내년엔 81%가 많은 842억 원을 쓰겠다는 것이 정부 예산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과거사규명위를 포함하면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많은 과거사 관련 활동이 과연 나라와 국민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절실한 일인가. 노무현 정권 주도로 벌이고 있는 이런 ‘역사 다시 쓰기’ 작업도 또 하나의 과거사가 될 텐데, 참으로 정당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 정치권력이 개입해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에서 규명하고 해석한 역사는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선전 이데올로기일 뿐 역사적 진실의 복원(復元)과는 거리가 멀다.

2003년 노 대통령은 취임사와 3·1절 기념사 등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해 ‘시대를 거꾸로 살아온 사람들이 득세한 역사’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던 시대’ 라고 규정했다. 이런 현대사 인식은 건국 이후 역대 정권의 공적을 부정하고 과오만 부각시켜 대한민국 현대사를 실패한 역사로 몰고 가는 좌파적 역사관을 빼닮았다.

노 대통령이 이런 역사 인식을 천명하면서 엄호하는 과거사 규명을 객관적이라고 볼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건국세력과 우파의 잘못만을 찾아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좌파 집권의 명분을 축적해 좌파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연장하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 아닌가. 좌파적 역사해석을 주도해 온 학자들이 각종 과거사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노 정권의 과거사 규명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광복 60년이고 6·25전쟁이 끝난 지 52년이다. 정치권력이 진두지휘해 50∼100년 전의 역사를 다시 쓰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관광부 산하 동학농민혁명군 명예회복위원회는 111년 전에 일어난 일을 다루면서 독일 프랑스 중국에서 유사한 농민혁명 자료를 수집하겠다며 해외 출장 예산을 잡아 놓고 있다. 이러다가는 임진왜란 병자호란까지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제주도4·3사건이나 노근리사건도 6·25전쟁의 성격과 전쟁발발 책임 문제에는 눈감은 채 이념적 편향성을 띤다면 좌우 세력의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다.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영원히 정당화되리라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역사는 끝없는 연구에 의해 수정되고 새롭게 해석된다. 건국과 공산화 저지, 경제발전의 업적까지도 ‘실패한 역사’로 규정하는 것은 균형 잡힌 역사 기술이 아니다.

‘진실과 화해’라는 말을 빌려 실제로는 ‘분열과 대립’을 키우는 단색(單色)의 역사 기술에 낭비되는 혈세가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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