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원평가 자청한 한강중학교 교사들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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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 도입을 둘러싼 극한 대결 속에서 서울 한강중학교의 자발적인 교원평가가 신선한 감동을 낳고 있다. 공립인 이 학교의 교사모임 ‘까치소리’는 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학생들의 평가를 받아 보기로 했다. 전체 교사 32명 가운데 21명이 기꺼이 평가 받기를 자청했다. 9월 한 달 동안 실제 평가가 이뤄진 후 교실의 변화는 놀랍고 고무적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15개의 평가항목을 제시했다. 쉽게 가르치는가, 학생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는가, 발표 기회는 골고루 주는가, 요점 정리는 잘해 주는가 등을 물었다. 철저히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작성된 설문이다.

평가를 받아 보니 많은 것이 새롭게 파악됐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그 내용은 바로 수업에 반영됐다. 교사들이 몸을 낮추고 제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자 학생들도 달라졌다. 수업에 훨씬 열의를 보였으며 ‘수업이 쉬워져 학원 강의보다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 학생과 교사 모두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보여 학교교육의 질이 높아졌다.

선생이 제자의 평가를 자청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공교육 붕괴를 개탄하는 한편에서 양질의 수업을 위해, 그리고 교사로서의 자기발전을 위해 이처럼 권위의식을 버리고 나서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희망이다.

국민의 80%가 교원평가제에 찬성하는 것은 이런 긍정적 효과를 유도해 공교육의 ‘무사안일 체질’이 바뀌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부의 교원평가제 방안은 본격적인 평가라고 할 수도 없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참고자료로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일 뿐이다. 이를 두고 전교조가 ‘교육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원에게 전가하려는 음모’라며 거부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한강중의 ‘윈윈’ 사례는 어떤 말보다도 설득력 있게 교원평가제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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