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눈/마이클 오핸런]이라크 평화 ‘오일머니 분배’에…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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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이라크에 3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병한 한국인은 마땅히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불행히도 그 답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이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필자가 공동 작업한 이라크 분석지수가 이를 말해 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런 평가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이라크 최초의 근대 헌법 제정 작업, 지난 주말 실시된 국민투표를 거론하며 성과를 주장한다. 군 당국도 합참의장부터 중간 지휘부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승리를 장담한다.

그러나 부분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큰 흐름이 썩 좋지는 않다. 전쟁을 시작한 이유였던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 중국 러시아 서유럽과 대부분의 아랍권에서 전쟁 명분 논쟁이 빚어졌다. 미국의 민주당 지지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미국 여론은 이라크가 안정을 회복한다면 전쟁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문제는 이런 중요한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에 온전한 국가를 건설하려면 치안 경제 정치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우선 치안 문제. 연합군의 사망자는 올봄 이후 월 65∼70명 선이다. 이라크의 자체 치안유지군은 지난 5개월 동안 더 큰 피해를 봤다. 이들은 주당 60명꼴로 테러에 희생되고 있다.

일반 범죄 역시 아랍권에서 최악의 수준이다. 석유 생산 시설도 월 10차례 공격을 받았고 무장 세력은 하루에 90차례 봉기를 감행한다.

다소 희망적인 점은 이라크 치안유지군 3만 명 정도가 1, 2급 수준의 치안 유지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일까. 2급은 미군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도 치안 작전이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치안유지군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면서 사망자가 늘어나고 경험 있는 지휘 장교도 부족해지면서 ‘미군 철수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경제 사정은 좀 낫다. 지난 2년간 국내총생산(GDP)은 50% 늘었다. 외부 지원과 고유가 덕이지만 긍정적인 신호다. 등록 학생도 20%가 늘었고, 전화 보급 대수도 5배 이상 늘어난 450만 대가 됐다. 인터넷도 수십만 회선이 공급됐다. 상하수도 혜택도 인구의 절반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30∼35%대의 실업률, 부족한 전기 공급이 걱정이다. 무장테러 때문에 기업인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정치와 여론은 한때 희망적이었다. 이라크인의 70% 이상이 장래를 낙관적으로 봤고 반미감정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후세인의 존재가 사라진 것을 반겼다. 심지어 후세인 정권의 집권 세력인 수니파까지 올해 1월 선거에서 제한적이나마 안도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그러나 올봄 이후 치안 사정이 악화되면서 장래를 낙관하는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절반의 성공’이라도 거두려면 시아파 중심의 정치 구도에 수니파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성공의 열쇠는 석유 수출 자금의 공평한 분배와 후세인 체제를 뒷받침했던 바트당원의 사회 복귀 배려 정책이다. 지금의 헌법 초안은 과거의 집권 그룹인 수니파에 가혹한 것이다.

먼저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이라크의 석유 자본을 영구히 인구 비율로 배분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례를 따른 화해와 용서의 정책이 필요하다. 하급 바트당원에게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의 길을 마련해 주고 중간 간부에게는 잘못 시인-제한적 처벌-사회 복귀의 절차를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이라크의 미래는 암울하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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