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장관이 됐다. 장관이 되자 소신이 180도 바뀐 것인지, 어쩔 수 없이 소신을 잠시 접고 지휘권을 발동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는 처음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법무부 장관이 무엇 때문에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여해야 하는지 합리적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면서 “이는 곧 대통령 등 정치권의 간섭을 매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냐”고 당시의 김영삼 정부를 질타했다.
천 장관은 이번의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인권옹호 기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최대한 구현하도록 하기 위해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하면 인권옹호가 되고, 남이 하면 정치권의 간섭을 매개하는 것이 된다는 말인가. 차라리 그때는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장관이 될 줄 몰랐다고 하는 편이 솔직한 태도일 것이다.
천 장관은 참여연대 입법청원 소개의견서에서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도 검찰은 정치적 외풍을 강하게 받아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못했다”면서 “검찰이 정치권의 외풍을 견뎌 내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천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법조인으로서 입장 돌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 9년 전에는 ‘개별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없애는 법안을 함께 냈던 이해찬 총리도 해명해야 마땅하다. 이 총리는 어제 장관 지휘권 때문에 임기 중에 퇴진한 김종빈 검찰총장을 비판했다.
천 장관과 이 총리가 어떤 해명도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요설로 국민을 오도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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