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통합 연석회의’가 국정실패 되돌릴까

  • 입력 2005년 10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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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부의 국회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에는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구성 제의가 들어 있다. 양극화 해소, 노사 문제, 국민연금 문제 등 경제 사회적 과제를 각계 대표와 정당 등이 함께 참여해 다루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연설을 대독(代讀)시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어제 저녁 3부요인 등과의 만찬에서 “(연설 내용은) 원래가 총리 버전이다. 총리가 원고를 썼다. 법적으로도 총리가 시정연설을 할 수 있다”고 우기다시피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아이디어를 냈고, 주도할 의지를 발휘한 것”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大聯政)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연석회의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의 정치적 부담을 분산하려고 이렇게 자락을 깔았을까. 아니면 분권형 국정운영과 관련해 총리의 위상을 높여 주기 위해서였을까. 아무튼 대통령과 총리의 말을 종합해 보면 ‘총리가 주도해 총리실과 청와대가 통합추진체계를 갖추어, 50여 명의 각계 인사로 국정협의체 성격의 연석회의를 12월 초에 발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대립과 사회갈등구도 같은, 갈등과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 연석회의 신설의 명분이다. 그러나 연석회의가 문제 해결의 지름길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미 양극화와 노사 문제 등의 논의 채널로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등 12개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있다. 그 이전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있다. 그런데도 굳이 초법적(超法的) 기구를 새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국민을 상대로 한 새로운 정치공세’라는 비판을 부를 만하다. 올해 초 민간이 주도해 ‘일자리 만들기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희망회의’를 추진했을 때 정부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제3의 기구를 만들어 문제를 풀겠다고 하니 재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연석회의에서 다루겠다는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리더십과 정책기능의 회복을 통해 풀어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거듭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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