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與 ‘6자회담 자화자찬’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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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중앙당사 1층 대회의실. 문희상(文喜相) 의장과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간부들이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함께 당당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곧이어 시작된 열린우리당의 확대간부회의는 19일 타결된 북한 핵 관련 6자회담 결과에 대한 ‘칭찬 경연대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7000만 겨레에게 큰 추석 선물이 됐다.”(정 원내대표)

“이제 우리 역사를 스스로 써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한명숙·韓明淑 의원)

“당원들의 이름으로 꽃다발을 드리고 싶다.”(배기선·裵基善 의원)

뒤에 발언하게 된 의원들은 스스로도 머쓱했던지 “중복이지만 자꾸 듣고 (머리에) 입력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말하겠다”(이미경·李美卿 의원), “감동이 적은 것 같아서 다시 말한다”(임채정·林采正 의원)며 칭찬 릴레이를 이어 갔다.

정 장관도 “이번 회담의 타결은 우리 민족 스스로의 손으로 민족의 앞날과 평화를 선택했다는 의미”라며 ‘친정 식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참가자들이 1시간 가까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간간이 박수가 쏟아졌고, 정 장관과 송 차관보가 퇴장할 때는 기립박수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과 미국이 경수로 제공 시기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문 의장이 “‘적절한 시기’라는 공동성명 내용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한 정도다.

김혁규(金爀珪) 의원만이 유일하게 “남북관계만 갖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은 반쪽짜리다. 추석 민심을 헤아려 정치를 잘하면 국민이 다시 열린우리당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에 화답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6자회담 타결은 분명 큰 희소식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냉엄한 현실이기도 하다. 북-미 갈등에서 보듯,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수조 원의 돈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국민을 대표한다면 환호만 할 게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도 따져보는 성숙함이 아쉬운 회의였다.

장강명 정치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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