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반발, 이유 있다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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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이 술렁거리고 있다. 군을 경시(輕視)하는 듯한 정부 여당의 태도가 도(度)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정부가 송파 신도시 개발 등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갑작스레 군 시설 이전(移轉)계획을 끼워 넣은 데 대해 “군인과 그 가족은 대도시에 살 권리도 없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지난 주말 국방부 군무(軍務)회의에 상정된 군 사법제도 개혁안도 일부 장성의 반발을 사서 의결이 보류됐다.

군 시설 이전과 사법개혁 등에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군의 반발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 정부는 특전사 부대와 종합행정학교, 상무대 등 군 시설 이전을 발표하면서 소유권자인 군과는 사전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7월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확정한 사법제도 개혁안에도 “지휘권 훼손을 부를 수 있다”는 군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당사자인 우리와는 논의할 가치도 못 느낀다는 말인가’라는 불만이 군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군에 대한 집권 측의 일방적인 자세는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당장 특전사를 서울 외곽으로 이전하면 수도권 방어, 테러 대비 등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는 2007년 말까지 폐쇄되는데 수도권 독자 방어를 위한 우리 군의 전력(戰力) 증강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대책에만 초점을 맞춰 안보전문집단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이전을 밀어붙인 것이 과연 적절했다고 볼 수 있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군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당사자를 소외시킨 군 시설 이전 결정과 사법개혁 추진은 애당초 기대했던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후유증을 키울 우려가 있다. 군의 사기 저하 등 전반적인 정신전력(戰力)의 약화를 초래할 소지도 크다. 집권측이 독선(獨善)을 버리고 절차를 중시해야 다방면에서 추진 중인 국방개혁에서도 무리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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