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元老들에게 ‘선진화’ 숙제 떠넘긴 정치권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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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진화포럼이 어제 출범했다.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창달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놀음만 지켜보고 있다가는 나라가 결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선진화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국가과제다. 많은 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위해 그 전제조건인 경제적 토대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다. 그것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어떤가. 말뿐이다. 그나마 요즘엔 ‘선진화’ 구호조차 외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2005년 국정목표를 ‘선진한국’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해 국회연설에서 ‘선진화를 위한 4대 개혁과제’를 제시한 지 6개월 뒤였다. 이 바람에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에는 선진화의 ‘지적 재산권’을 둘러싸고 농담 섞인 논쟁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선진화 주도권 다툼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올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청와대와 여야는 다시 정쟁(政爭)으로 시간을 허송했고, 박 대표도 국회 연설 이후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기는커녕 선진화 과제라는 말조차 더는 하지 않았다.

올 8·15 경축사를 계기로 국정목표를 과거사 정리와 연정(聯政)으로 바꾼 노 대통령은 ‘연정을 통한 지역구도 해소가 선진화의 방편’이라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성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더구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선진화를 말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최근에 말했듯이 1인당 국민소득은 환율 요인을 빼면 10년째 1만 달러에서 맴돌고 있다.

선진화포럼을 대표하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지금 한국은 세계사의 조류에 역행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국가 지도층과 국민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민주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통합을 이뤄 국가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정치가 실종되고, 법치(法治)는 위기에 처했으며, 낡은 이념으로 국기(國基)를 흔드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이러고는 선진화를 이룰 수 없다. 방한 중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무엇보다 똑똑한 경제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더는 선진화의 방해세력이 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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