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섯 달치 소득을 세금·연금으로 내는 국민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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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줄거나 제자리걸음인데 세금 연금 보험료를 비롯한 국민부담금은 가파르게 상승해 서민과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힘겹다. 작년에 낸 국민부담금을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4.7배다. 다섯 달치에 가까운 소득을 각종 공과금(公課金)으로 내고 일곱 달치로 1년을 먹고산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민과의 대화에서 “성장과 분배가 함께하는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짜증이 좀 나더라도 연금을 부지런히 내고 세금도 좀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세금으로 빈부격차를 대폭 줄이자면 중산층 이상의 부담이 ‘짜증’ 정도가 아니라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로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선진국들에 비해 국민부담률이 낮다고 강조하지만 성장률 대비 부담률 증가속도로 보면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 2000년에 비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2.2% 늘어난 데 비해 국민부담금은 37.2% 증가했다. 금년은 국민부담금 고통이 특히 심하다. 올해 2분기(4∼6월) GNI 증가율은 0%에 머물러 외환위기 후유증에 시달리던 1998년 4분기(10∼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올해 예산상 1인당 국민부담금은 9%나 늘어난 435만 원에 이르니 이를 가볍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지출을 줄여 국민의 부담과 고통을 나누려는 노력도 보여 주지 않는다. 현 정부 들어 장차관 자리와 세금으로 꾸리는 위원회가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대형 국책사업에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거나 웃돌아 살림이 윤택해지고 행정서비스의 만족도 또한 높아진다면 국민부담금이 늘더라도 불만이 지금보다는 덜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걸핏하면 OECD 국가와 비교하기에 바쁠 뿐, 국민에게 제공하는 행정 복지 서비스의 질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민소득에 비해 국가서비스의 요금은 비싸고 질은 떨어지는 나라가 다수 국민에게 행복한 나라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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