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폐장 유치, 경쟁구도 유지돼야 한다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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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유치가 경북 경주, 포항, 영덕과 전북 군산 등 4개 시군의 경쟁으로 압축됐다. 방폐장 후보지로 단독 선정됐으나 환경단체들과 합세한 주민의 격렬한 반대시위로 난항을 겪던 전북 부안군은 군의회 표결 결과 찬반(贊反) 6 대 6으로 신청하지 못했고, 강원 삼척시의회도 어제 유치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월성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주와 제철소가 있는 포항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지역이다. 군산과 영덕도 방폐장 유치를 계기로 과학과 에너지 도시로 탈바꿈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들 지역 중 주민투표에서 찬성률이 높은 지역을 선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단독 후보지를 결정하기보다는 예비 후보지를 두어 마지막까지 경쟁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주민투표 결과가 높게 나왔더라도 단독 후보로 결정되면 일부 환경단체의 교조적이고 극렬한 원전 반대운동의 집중 공략 대상이 돼 ‘제2의 부안’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배럴당 70달러를 넘는 고유가(高油價)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계는 환경친화적이고 발전 원가가 싼 원자력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미국도 1979년 스리마일 아일랜드 발전소 사고 이후 중단했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26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한국의 전력 요금이 선진 산업국과 비교해 싼 것은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원자력에 힘입은 바 크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상업용 원자로 20기를 가동하면서 아직까지 원전에서 나오는 중저준위(中低準位) 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행정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정부는 방폐장 유치지역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과 방사성 가속기 건설 같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이번에는 4개 지역이 선의(善意)의 경쟁을 벌여 주민의 환영 속에 방폐장 건설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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