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윌리엄 파프/神政정치가 근대화 막았다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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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버전의 현대화를 이룩하는 것이 가능할까.

스위스의 저명한 이슬람학자 타리크 라마단 씨는 가능하다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미국 노터데임대의 교수로 임명됐다가 미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로 미국 입국이 좌절된 인물이다.

현대 세계라고 하면 으레 서구적인 자유시장경제 하의 민주주의사회를 연상하는 현실이지만, 라마단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누구나 원칙적으로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라마단 씨는 이슬람교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서구 문화의 현실에 뿌리를 둔 현대적이고 독립적인 이슬람 사회가 창조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최근 그리스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제기됐다.

과거 이슬람은 오랜 기간 유럽보다 ‘현대적’이거나 선진적이었다. 아랍 사회는 1492년까지 수세기 동안 스페인을 포함한 지중해 지역을, 20세기까지 남동 유럽을 지배했다.

아랍 지도자들은 지적으로는 물론이고 기술적으로도 유럽보다 뛰어난 서아시아 문명의 지배자였다. 중국 또한 유럽보다 선진화된 위대한 문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이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산업혁명을 거친 것과 달리 아랍과 중국은 근대화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슬람의 실패 요인이 정통 종교 세력의 지적인 무능력 때문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슬람은 유럽이 근대화되도록 한 중요한 두 단계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

첫째는 국가와 교회를 분리한 것이다. 교황이 서기 800년에 샤를마뉴 대제의 제국주의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했을 때 그는 종교적 주권과 정치적 주권을 명백히 구분했다.

둘째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철학의 독립성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적 주장을 중세 기독교 신학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보호한 것이다.

이런 두 단계의 발전을 통해 서구 사회는 신정정치로부터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교회는 종교 및 인간과 신의 관계를 다루고, 통치자들은 세계와 그에 따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 정치적 사회가 자율적인 헌정체제로 움직이게 만듦으로써 현대 과학과 학문의 기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슬람은 여전히 신정정치와 투쟁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이라크의 헌법 제정 문제는 물론이고, 종교 지도자들이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통치체계에 똬리를 튼 중심 문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세속적인 정부 수립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이고 조직적인 시도를 한 것은 이라크의 바트당과 시리아였고 이를 가능케 한 지식인들은 아랍 기독교인이었다.

그 밖의 아랍권 정부들은 주로 아랍 민족주의와 단일 아랍국가 사상에 고무된 군부 인사들이 만들었다.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는 현대 아랍 민족주의를 거론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정부는 이슬람 지식인들이 이집트와 다른 지역에서 추구했던 무슬림 간의 형제애를 금지했다.

무슬림 형제애는 라마단 씨를 존재하게 한 운동이자 전통이었다. 라마단 씨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서구사회에 보다 독립적이고 새로운 버전의 이슬람사회를 발전시키려는 야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종교와 정치, 근대화의 관계는 아시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 문화권에서 독자적으로 근대화를 성취한 유일한 사회였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일본 문명이 보편적인 일신교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중국은 현대 유럽의 일신교에 해당하는 공산주의를 채택함으로써 급격한 현대화를 시도하는 아이러니를 보였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서구의 새로운 신에 해당하는 황금만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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