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기흥]盧정부서 성공하는 10가지 비결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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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성공’이 뭐야?”

“우리 혜진이 맛있는 것 매일매일 사 주는 거야.”

천진난만한 어린 딸과 아빠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TV 광고를 본 일이 있다. 내가 그 아빠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요즘 같아선 한국 사회에서 과연 무엇이 성공인지 혼란스럽다.

주류(主流)는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집단이다. 한국에선 그 정점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학에 못 갔지만 노력 끝에 변호사가 됐고, 국회의원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모두 네 번이나 떨어지고도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노 대통령을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노 대통령이 다른 성공한 사람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개혁이 명분이다. 지금은 부동산 부자들과 서울대가 주 타깃인 것처럼 보인다. 노 대통령은 아마도 한국의 주류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배타적인 기득권을 형성했다고 보는 것 같다. 사실 굴곡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리저리 때가 묻고 흠집이 난 사람들이 계속 영달을 누리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다고 주류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될 것이다. 그래도 남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땀 흘려 일해 성공한 사람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보다는 많지 않을까.

성공을 꿈꿀 수 없는 사회는 절망적이다. ‘코리안 드림’이나 ‘아메리칸 드림’은 모두 힘든 현실 속에서도 참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다. 정당하게 성공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도덕적 책무를 지는 게 마땅하다.

주류 사회가 개편되고 있는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런 비결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도 하다.

첫째, 프로보다는 아마추어를 지향할 것. “아마추어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것이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둘째, 서울 강남에선 살지 말 것. ‘강남 불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방침이므로.

셋째, 운동을 하려면 스포츠 대신 학생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할 것. 지금은 운동권의 몸값이 제일 비싼 시대.

넷째, 어느 코드에도 맞출 수 있는 ‘멀티 코드’를 표방할 것. ‘코드 인사’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므로.

다섯째,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당장 나눠 먹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질 것. 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하다니까.

여섯째, 철저히 편 가르기를 하고 줄을 잘 설 것. 힘 센 편에 서야 발탁될 수 있다.

일곱째, 미래보다는 과거를 지향할 것. 단, 남의 과거만 문제 삼을 것.

여덟째, 남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도 개혁의 대상이면 피할 것.

아홉째, 일이 잘 안 풀리면 모두 남의 탓이라고 우길 것.

열째, 비판적 신문을 멀리할 것. 그런 신문만 없으면 세상은 유토피아일 테니까.

이를 상당 부분 충족시키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대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에겐 부디 마음을 비우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그의 성공은 다른 사람의 한숨만을 자아낼 것이므로.

한기흥 정치부 차장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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