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엽]조영남과 조용필

  • 입력 2005년 7월 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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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60) 씨는 ‘칩거’중이다.

4월 말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문제를 언급했다가 뜻밖의 봉변을 당한 뒤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 주말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그 일을 다시 꺼냈더니 그는 정리한 듯했다.

“그거, 내가 잘못한 것으로 결론 냈어. 사과도 했고.”

동기가 순수한 데다 산케이신문이 잘못 알아듣고 멋대로 인용했으므로 본인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이가 “반일 감정과 산케이의 우익 성향을 감안하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 말도 맞긴 한데, 광대가 뭐야? 사람들을 즐겁게 다르게 생각하게 하는 거 아냐. 그 점에서 보면 광대인 내가 광대 짓을 한 것일 뿐인데…”라며 여운을 남겼다.

어쨌든 그는 요즘 오랜만의 휴가를 즐긴다. 그 사건 이후 12년간 진행해 온 KBS 1TV ‘체험 삶의 현장’을 그만뒀다. 위성채널 KBS 코리아 ‘조영남이 만난 사람’은 폐지됐고, 원고 청탁도 끊겼다.

“유배를 당한 것 같아. 하지만 복귀를 위한 준비야. 미뤄둔 그림도 그리고. 옛날에 감옥이나 유배지에서 ‘위대한 사고(思考)’를 한 이들이 많잖아. 그런 흉내 좀 내볼래.”

그는 최근 일본 NHK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 8월 15일 한일 교류를 다룰 4시간짜리 생방송 대담에 한국 측 패널로 나오라는 것이다. 그는 후쿠오카에서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를 노래하는 것 등 세 가지 조건을 NHK에 내놓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시인은 광복을 6개월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대담 중 또다른 봉변을 걱정하자, 그는 “광대는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라며 웃었다.

조용필(55) 씨는 1일 미국 뉴욕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러 간다. 휴가인 셈인데 매년 하는 일이다. 자기 노래로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게 10년도 넘은 꿈이다.

그는 석 달 전 담배를 끊었다. 살찌기 위해서다.

“소리를 매끄럽게 내려면 58kg은 되어야 하는데, 50kg으로 빠졌더라고. 놀라서 확 끊었어.”

조영남 씨를 만나면 화제가 럭비공처럼 튀는데, 조용필 씨는 늘 음악에 싸여 있다. 집에서도 10년 묵은 오디오 ‘방 앤드 올루프센’에 CD를 틀어놓고 지내고 화제도 음악이나 뮤지컬이다. 세상 돌아가는 말을 할라치면 어느새 음악으로 돌아와 있다. 손님과의 식사 자리도 자택 부근이고, 외출은 2년 전 세상을 떠난 부인 묘소에 가거나 골프가 전부다.

그의 행동반경이 좁은 것은 자기 관리 때문이다. 30여 년 정상에서 헛소문에 시달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내의 장례를 치른 날 노래방에 갔다는 터무니없는 소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는 “억장이 무너지는 적이 한두 번이었겠느냐”고 말한다.

같은 유명세를 겪지만, 조영남 조용필 씨의 삶은 대조적이다. 그러나 닮은 점이 하나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세월의 흐름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끼로 세월을 날려 버리고, 한 사람은 끼에 몰입해 그것을 삼켜 버린다.

가요계 ‘명퇴 연령’이 서른이라는 요즘, 두 사람은 ‘큰 바위 얼굴’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허엽 위크엔드팀장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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