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北 ‘마셜 플랜’ 獨走해선 안 된다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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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6·17 평양 면담에서 제의한 ‘중대 제안’이 대규모 에너지·식량 지원과 경제특구 개발을 통해 북한경제를 회생시키는 ‘북한판 마셜 플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오늘 미국에 가는 것도 이를 미 정부 지도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북(對北) 지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북한을 개방사회로 변화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와야 한다.

문제는 지원 시점과 규모, 방법 등이 북한 핵문제의 우선 해결이라는 목적과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여전히 6자회담 복귀 시점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일방적인 지원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 포기 압력을 피해 갈 출구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는 “잘못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미국의 북핵 해결원칙과도 어긋난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제 “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이란 시리아와 거래한 미국 또는 제3국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새 규제조치를 곧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많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크게 겁낼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성격상 ‘마셜 플랜’과 상충된다. 더욱이 미국은 제재의 강도를 계속 높여 간다는 방침이어서 지난번 정상회담으로 겨우 봉합된 한미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지원 규모도 엄청나다. ‘마셜 플랜’ 속에는 에너지, 백두산 관광, 철도, 남포항 현대화, 공동 영농, 녹화, 하천 공용 등 7대 신(新)동력사업 추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경제 회생의 전기(轉機)가 될 이런 지원이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한미간의 신뢰와 공조가 절대적이다. 정 장관은 이번 방미를 통해 ‘마셜 플랜’에 대한 미국 측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북이 끝내 핵 포기를 거부할 경우를 상정한 공동 대응책도 깊이 논의해야 한다. “북한 대변인 같다”라는 소리가 또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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