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윤종]예술은 게으른 사람의 안식처가 아니다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56분


코멘트
“예술단체는 공공재(公共財)입니다. 돈 버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서울시 무용단, 뮤지컬단 등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체의 도덕적 해이 실태가 보도된 23일 아침, 한 예술단체 단원은 이렇게 반박했다. 소속 단체 단원들은 그러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가 수익성이 나지 않는 예술단체들을 재단법인 등의 형태로 떼어내거나 해체하기 위해 예술단체의 문제점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노조 관계자는 “예술단체를 독립 또는 해체시킬 경우 비싼 대관 공연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서울시민들에게 세종문화회관의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감독관청인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 예술단체의 운영 실태는 단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다. 세종문화회관이 자체 작성한 ‘예술단 운영체제 개선방안 검토’ 문건에 따르면 9개 예술단체는 지난해 14억여 원의 공연 수입을 올린 반면 급여는 89억 원이었다. 단체협약상 공휴일이 연간 150여 일이나 되는데도 단원 90% 이상이 이를 어기고 200여 일을 쉬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기공연을 1년에 두 차례밖에 하지 않은 예술단체가 있는가 하면, 외부 행사에서 번 돈을 단원들이 나눠 쓰거나 자체공연인 것처럼 꾸며 대극장을 대관한 뒤 외부 기획사를 공동주최자로 내세워 별도 출연료를 챙기기도 했다.

예술단체 회원들이 주장하듯 예술은 물건을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예술단체가 공공재라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원들의 도덕적 해이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예술과 수익은 별개라는 주장도 요즘처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쟁사회에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예술단체 단원들이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것은 ‘재단법인화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존립기반인 서울시민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좋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해 왔는지, 감독관청의 소홀한 관리에 안주해 오지는 않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양질의 문화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다면 서울시민은 그것으로 족하다.

유윤종 문화부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