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유승]‘나노기술’ 차세대 산업 선도한다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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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 로켓인 ‘스페이스십 1’ 제작자인 버트 루턴에 의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적 우주여행 시대가 본격화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한다. 우주여행을 보편화시키기 위하여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고층 빌딩의 전망대에 오르듯이 우주 전망대에 올라가 우주를 관광하자는 것이다. 이의 실현을 위하여 중요한 것은 지구의 한 지점과 정지궤도 위성을 연결하는 끈으로서, 그 구성 재료는 현재까지의 어떠한 물질보다 가벼우면서 강해야 한다. ‘탄소나노튜브’라는 신소재는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인류의 문명은 소재의 발전에 따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대별되며, 혹자는 20세기 중반부터를 플라스틱시대라고 하기도 한다. 문명의 변천에서 보듯이 오랜 기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기존의 틀을 깨는 신소재가 탄생하지만, 한번 태어나면 문명을 바꿀 만큼 파급이 크며, 인류는 한 단계 도약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는 ‘나노소재’라는 신소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나노세계에서는 ‘금은 금이로되 금이 아니로다’와 같은 선문답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과학은 소재를 부피 특성(bulk property)으로 인지하여 왔지만 나노 크기가 되면 표면 특성(surface property)으로 물성이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금은 노란색이 아니며, 마치 가짜 금처럼 녹는점도 바뀐다. 이것은 신기한 현상이 아니고 ‘초자연적인 것은 자연적인 것의 외연일 뿐이다’라는 과학의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일 뿐이다. 이제 나노세계는 인간의 인지범위에 들어와 자연적인 것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나노소재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중점 전략연구분야로 선정하고 미래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소재의 3대 축인 고분자, 금속, 세라믹 분야가 하나의 프로그램 아래에 모여 나노소재의 형상, 계면 및 조직을 제어하는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각 소재의 특성을 살리면서 구성성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하이브리드형 나노소재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연구성과로는 기능성 나노섬유, 나노다중막, 나노복합재 등이 있으며,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단단하면서도 고무와 같은 탄성을 가진 나노금속소재도 개발했다. 또한 미래 ‘우주 엘리베이터’의 실현을 뒷받침할 ‘카본나노튜브’ 복합체도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분야이다.

이러한 나노소재는 첨단 정보통신, 바이오 등과 같은 차세대 산업의 발전을 견인할 핵심 소재로 상상 속의 많은 일들을 실현하는 시발점이 된다. 나노입자 약물을 투여하게 되면, 약물은 치료부위를 스스로 찾아가서 평생토록 필요한 약물을 전달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난치병이라는 개념이 없어질지 모른다. 또한 나노와이어나 나노다중막과 같은 신기술은 유비쿼터스 컴퓨터를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산화티탄 나노섬유를 핵심 기반으로 하는 유기태양전지는 충전이 필요 없는 친환경적인 경량 전원으로서 현재의 배터리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김유승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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