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개그맨 빠진 ‘개그맨을 위한 특강’

  • 입력 2005년 6월 13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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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그맨이 누구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라이브 극장. 개그계의 대선배 전유성(예원예술대 방송영상학부 코미디 전공 조교수) 씨가 80여 명의 청중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최근 이중계약과 구타 사건으로 실추된 개그맨의 위상을 재정립하자는 취지로 전 씨가 마련한 ‘개그맨 위상 정립과 대중문화 발전을 위한 특강-개그맨들 세수한다’란 제목의 특강.

첫 번째 강사로 나선 김명곤 국립극장장은 “대중예술인들은 강한 개성, 창조성을 가진 ‘베짱이 성향’과 규범과 틀을 싫어하는 ‘유목민’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개그맨 스스로 창조성 등 자신의 장점을 살리되 대중이 중시하는 질서, 규범, 도덕 등을 받아들여 사회와 상호 보완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강사로 나선 김창남(신문방송학) 성공회대 교수는 영화배우 안성기 씨와 가수 신해철 씨를 언급하며 “연예인 스스로 ‘스타’ ‘상품’ ‘대중의 놀이 대상’을 넘어 대중예술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사회 참여, 자기 계발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중 역시 진지했지만 뭔가 핵심이 빠진 듯했다. 이날 청중 가운데 현역 개그맨은 이홍렬 이영자 김재우 씨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중계약 파동, 구타 사건과 관련됐던 개그맨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 예원예술대 코미디학과 학생들과 개그맨 지망생 등 ‘미래의 개그맨들’이 대부분의 좌석을 채우고 있었다.

바쁜 일정 때문이든, 아니면 ‘그동안 개그맨들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번 특강의 밑바탕에 깔린 전제 자체를 인정하기 싫어서이든, 이날 행사에 대한 현직 개그맨들의 외면은 ‘개그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했다.

“웃기기만 하는 기능적인 연예인을 넘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중계약 파문 관련자 중 유일한 참석자인 개그맨 김재우 씨의 수강 소감이다. 이 같은 인식을 더 많은 개그맨이 공유하고 실천해 가길 기대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일까.

김윤종 문화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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