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희제]‘퍼주기’ 답습한 安시장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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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9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의 방북 성과에 대한 의원 질의에 대해 “인천시와 북한 측의 합의는 한마디로 간담회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 총리는 “정부와의 협의 없이 임의로 북한과 합의한 것이며,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남북 공동 유치도 체육 분야 당국자와 합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시장이 지난달 30일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을 다녀오면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김영대 회장과 합의한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유치 추진 등 6개항을 평가절하하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안 시장은 북한 측과의 합의를 남북 간의 냉기류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이뤄 낸 의미 있는 성과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지난해 2억 원이 든 굴비상자 사건에 휘말려 법정에 선 안 시장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방북 성과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안 시장이 무리수를 둔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시의회와의 상의 없이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지원금 중 예산 10억 원을 빼내 전용한 뒤 도로포장재를 사서 방북 직전 북측에 제공했고, 귀국 후에도 도로포장재 구입비로 30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

‘퍼 주기 논란’이 확산되자 인천시는 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추경예산을 승인 받지 못하면 북한 측에 대한 물자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시의회 등에 협조를 구했다.

실제 물적 지원의 시기와 양 등을 명시한 부속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으면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선수단 및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고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유치 활동도 포기할 공산이 크다.

안 시장과 함께 북한을 다녀온 한 인사는 “남북 교류 확대에는 대찬성이지만 ‘퍼 주기’를 통해 북한의 마음을 움직였던 정부의 관행을 지자체가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서울 충남 전북 등 다른 지자체들도 북한과의 직접 교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안 시장의 ‘한건주의’가 반면교사가 됐으면 한다.

박희제 사회부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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