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홍]오락의 도구가 된 ‘죽음의 격투기’

  • 입력 2005년 5월 1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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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이라고 다들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12일 이종격투기 선수의 사망소식을 듣고 전문해설가 A 씨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그만큼 이종격투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바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소위 ‘이벤트 경기’였다. 레스토랑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손님들의 여흥을 위해 치르는 경기를 말한다.

이종격투기대회는 2003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7개 단체에서 연간 10여 회의 종합대회를 치를 정도로 붐이 일었고 올해에도 4개 단체에서 6회 정도의 종합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종격투기는 서로 다른 종목 간의 대결이라는 불확실성과 다양한 격투 기술로 관객들의 긴장과 흥분을 고조시킨다. 최근 경제난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던 대중심리가 무술계의 상업전략과 맞아떨어지면서 기존 스포츠보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이종격투기를 적극 수용하게 됐다는 것이 스포츠사회학자들의 분석이다.

이종격투기대회는 정말 위험한 무대다. 100kg이 넘는 헤비급 선수의 펀치는 1t의 무게가 얼굴을 때리는 것과 같다. 또 시속 160km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얼굴에 정면으로 맞는 것과 같다고 한다. 여기에 무릎차기 꺾기 조르기 등 치명적인 격투기술이 동원된다.

따라서 안전관리와 엄격한 규칙이 필수적이다. 국내 종합대회에서는 그나마 선수에 대한 보험가입과 경기 8시간 전 신체검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벤트 경기에서는 이 같은 조치들이 제대로 취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최소한 1년 반 이상 이종격투기를 전문적으로 훈련해 온 선수들을 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임에도 불구하고 대회 자체에 급급해 준비가 덜 된 선수들을 출전시키기도 했다.

더 심각한 점은 이러한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할 감시기구도 없다는 것. 선수들은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개별 이종격투기대회 주관사들에 자신의 안전을 맡기고 있는 상태다.

관리의 사각지대인 레스토랑이나 나이트클럽 등의 이종격투기대회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종격투기대회 전반의 안전 관리를 책임질 통합기구나 감시기구 설립도 절실한 때다.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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