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인직]마약사범이 범죄자 아닌 환자?

  • 입력 2005년 4월 8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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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은 범죄자라기보다는 환자로 취급돼야 한다는 게 이 법률안의 의미입니다.”

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관한 열린우리당과 보건복지부의 당정협의가 끝난 뒤 여당 의원과 복지부 간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처럼 구속해서 교도소에 보내기만 하는 것은 마약사범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법안의 핵심은 그동안 기소유예를 받은 마약사범에 대해서만 선별적인 치료보호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들도 치료보호를 강제로 실시해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돕겠다는 것이다.

마약사범의 재활을 도와 재범을 방지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도적 견지에서나 형사정책으로 보더라도 맞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약사범을 환자로 대우하는 것을 ‘선진국적 접근’과 연결하는 시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마약범죄의 단죄보다는 ‘마약사범의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사형폐지 권고를 한 데 이어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도 인권침해라는 의견을 교육부에 밝힌 바 있다. 아무리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오판에 의해 침해될 수 있는 인권은 보호해야 하고,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일기장 검열은 없어져야 한다는 논거에서다.

그러나 그 직후 인권위 홈페이지에는 ‘일기장으로 글쓰기 지도하는 교사들이 죄인이냐’ ‘처참하게 살해된 피해자나 유족의 인권은 어디서 보호받아야 하느냐’는 항의와 힐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같은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정부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對北)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기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사범의 치료받을 권리, 흉악범의 생명권, 초등생의 ‘검열 없이 글 쓸 권리’에도 신경을 쓰는 정부와 여당이 폭정(暴政)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

조인직 정치부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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