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승모]‘인터넷 정치인’ 유시민의 한계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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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위원장에 당선된 유인태(柳寅泰) 의원은 “이기적인 것은 진보가 아니다”며 당내 일부 ‘개혁파’의 독선을 경계했다.

전날 경기도당위원장에 당선된 김현미(金賢美) 의원은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은 5명도 안 된다”고 유시민 의원을 대놓고 비판했다.

4월 2일 전당대회 당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최대 이슈는 단연 ‘유시민 신드롬이 이어질 것인가’이다.

최근 당의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2, 3위를 차지하면서 일거에 ‘잠재적 거물’로 부상한 유시민 의원은 당의 주류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정면 공격하며 대립각을 세운 것을 계기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내 일각에선 “어차피 이번 전당대회에 특별한 이슈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화젯거리가 있어 다행”이라는 자조적 반응도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의 이면에 ‘콘텐츠(내용)’보다 ‘포장’을 중시하고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이른바 ‘부정의 정치 행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유시민 의원에 대해 “명석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정치인”이란 긍정적 평가와 “유 의원의 본질을 알면 절대 그를 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그의 정치 행태가 ‘비타협적’이고 ‘독불장군식’이라는 비난과 함께 ‘100m 미인’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인터넷 정치가 대중 동원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이후 ‘튀는’ 이벤트 지향형 정치인이 각광을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한 집단이기도 하다.

‘유시민 신드롬’에 대해 열린우리당 내의 상당수 사람이 “이건 아닌데…”라는 회의와 성찰을 하게 된 것은 이런 최근 우리 정치 흐름에 대한 총체적 반성의 결과인 것처럼 보인다. 실제 27일까지 끝난 시·도당위원장 선거결과 유시민 의원이 속한 개혁당파는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고 전멸했다.

다만 열린우리당 내의 이 같은 ‘반성’이 단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정치 전반의 내적 성숙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승모 정치부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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