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에너지’ 민족 精氣 어디로

  • 입력 2005년 3월 1일 02시 04분


코멘트
오늘 3·1운동 86주년을 맞아 고난의 민족사와 선조들의 3·1정신을 돌아보는 감회는 무겁고 우울하다. 올해는 광복 60년, 을사늑약 100년이 되는 해이다. 세월이 흘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국가가 됐지만 한반도는 또 다른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관련 강대국들의 이해(利害)가 충돌하는 가운데 나라의 장래가 불투명할수록 역사와 민족은 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역사가 남긴 교훈을 통해 앞으로의 난관을 헤쳐 갈 지혜를 얻고, 민족의 정체성을 재확인함으로써 ‘국민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현실은 ‘역사의 총체적 위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근(近)과거사 청산 작업이 초래할 역사의 왜곡과 정략적 악용은 물론이고 후대(後代)를 위한 역사 전승이 단절될지도 모를 처지에 놓여 있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를 상대로 동북공정과 교과서 왜곡 같은 ‘역사 전쟁’을 벌이면서 자국 이익을 위해 남의 역사를 빼앗고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내부에는 ‘자학 사관(史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부정적 역사관이 팽배하다. 힘든 길을 헤쳐 온 민족사에 자부심을 갖기는커녕 ‘청산되어야 할 역사’로 폄훼하고 후대에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장차 나라를 이끌 젊은 세대들이 국사를 너무 모르고 있는 점이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고교생의 3분의 1이 우리의 첫 민족국가로 고구려를 꼽은 것은 참담하다. 주변국들은 날조된 내용까지도 역사 전쟁의 무기로 들고 나오는 마당에 우리는 제 나라 역사조차 외면하고 바르게 가르치지 않으니 국가간 경쟁에서 맨손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의 잘못이다. 정부부터 교육에서 국사과목을 홀대했으며 학계도 잘못임을 알면서도 방관했다. 일부 세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역사의 한쪽 면만 부각시킨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역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민족정기를 다시 일으킬 결의를 다지는 날이 돼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