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帝 피해자 성금모금 발상 옳지 않다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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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일본의 청구권 자금을 쓴 기업들에서 돈을 거둬 일제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을 보상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청구권 자금을 사용한 대표적 기업인 포항제철(현 포스코·1억1948만 달러 사용)과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한 한국도로공사(689만 달러) 등이 대상이다.

정부출연금에 이들 기업의 성금과 국민성금을 보태 피해 보상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이지만 이들 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른 기업 및 국민적 모금 또한 자발적이고 기대치에 미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강제 징용된 이들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청구권 자금을 쓴 기업들에서 사실상 준(準)조세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돈을 거둬 보상하겠다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을뿐더러 구차하다.

더구나 대일 청구권 자금을 받은 아시아 5개국 중 한국의 포항제철 설립과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가장 효율적인 투자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각고의 노력과 기술개발로 세계 유수의 철강회사로 성장한 포스코에 느닷없이 징용자 보상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혜택 또한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았는가.

이 같은 발상을 추진하고 있는 측에서는 독일과 일본이 각각 외국인 징용자와 군위안부 보상을 위해 기업과 민간에서 기금을 마련한 사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는 보상책임이 있는 전범국(戰犯國)으로 우리와는 사정이 180도 다르다. 대책도 없이 관련 자료를 공개해 놓고 그 뒷수습은 기업과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발상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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