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영언]칭찬의 효과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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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부는 바람이 따뜻하다. 정치 현안을 두고 가파르게 대치해 왔던 두 당 지도부가 새해 들어 서로 상대를 치켜세우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화두(話頭)로 잡은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회견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잘하신 일이며 나라를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환영했다.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의 신년회견에 대해서도 “좋은 내용”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 의장이 그냥 있을 리 없다. 올해를 정쟁(政爭) 없는 해로 만들자는 박 대표의 신년회견에 대해 “발전된 모습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어린이 도시락 대책을 칭찬하며 “열린우리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을 방문해 “박 대표가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김덕룡 원내대표와 얘기하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다음 달 초 당 연찬회에 정 원내대표를 연사로 초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칭찬의 정치, 화답(和答)의 정치라고 할 만하다. 집권당과 제1야당이 상대 당의 정치행위가 있을 때마다 주거니 받거니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상대 당이 무엇을 내놓든 알맹이가 없다거나, 현실성이 없다거나, 재탕 삼탕의 얘기라거나, 정치적 속셈이 보인다며 깎아내리기에 바빴던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다르다. 두 당이 일찍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우리 정치가 그처럼 삭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이 땅의 정치다. 지금은 국회가 ‘방학’이어서 그렇지 당장 다음 달 임시국회가 열려 현안을 놓고 부닥치게 되면 또 험한 말들이 오가게 될지 모른다. 대통령은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막상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싸움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치란 평화보다 싸움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일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이 한국 정치의 화평(和平)이 반가우면서도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하지만 사람이나 집단이나 칭찬은 중요하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가 본체만체하면 그보다 맥 빠지는 일은 없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남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인정과 수락의 욕구가 있는 것이다. 칭찬은 이에 호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칭찬을 받을수록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정범모·한국의 교육세력·2000년)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하는 요 며칠 두 당의 모습에서 정치의 희망을 읽는다. 좋은 정치란 주는 것이고, 주는 것은 곧 받는 것이다.

그 속에서 덕(德)의 정치, 신뢰의 정치도 싹튼다. 여든 야든 칭찬받을 일을 많이 하라. 그리고 서로 칭찬하라. 그러다보면 이번에는 국민이 당신들을 칭찬할 것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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