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2期인권위 정치색 벗어야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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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제2기를 맞았다. 새로운 출발은 항상 어려운 것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탄생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은 대부분의 국민이 공유하고 있었지만, 그 대응책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달랐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 자체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오로지 국민의 인권에 관심을▼

이렇듯 우여곡절을 거쳐 탄생하긴 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 활동은 우리나라가 인권 후진국이라는 꼬리표를 떼어 버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비록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이 강력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날의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인권침해에 관해 기존 국가기관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인권침해 및 그 가능성을 조사하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국가 활동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는 것만으로도 인권 신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둘러싼 갈등과 마찰도 적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힘 있는 국가기관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예들이 문제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의 소극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사법부(헌법재판소, 대법원)의 견해 대립은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워 하는 국민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제2기 국가인권위원회는 제1기 위원회가 쌓은 기초 위에서 더욱 발전된 인권보호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제1기 위원회의 업적을 계승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첫째, 기존의 국가기관들에 의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던 인권의 사각지대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국가 활동의 효율성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의 인권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전통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사실 국가기관, 특히 인권과의 마찰이 많은 수사기관을 비롯한 중요 권력기관들은 인권보호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활동의 효율성을 아울러 고려하기 때문에 인권에 소홀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문제에서 균형추의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인권보호의 확대와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인권관련 시민단체와의 유기적 연대를 강화하면서 인권문제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제1기 위원회가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와 국가보안법 문제, 신체·양심·표현의 자유 등 자유권적 기본권 향상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지만 도시 빈민과 노인 문제 등 소수자 인권문제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는 평가를 참고해야 한다.

셋째, 다른 국가기관들과의 협조를 강화하면서 인권문제에 대한 국민여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문제에 대해 특정한 편향성 내지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권의 보편성에 기초해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권보호 활동을 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인권문제를 정치적 논쟁의 문제와 뒤섞이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인권의 확대와 강화에 장애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편향성은 득보다 실▼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만으로 인권보호의 모든 것이 확보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만 지난 3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인권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제2기 국가인권위원회가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인권보호 활동을 펼치는 것이며, 인권보호 활동의 계속성과 안정성,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확고한 위상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국민의 신뢰에 기초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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