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71년 오페라 ‘아이다’ 초연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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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12월 24일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극장에서 ‘아이다’가 초연됐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돌기둥, 신전, 호화로운 개선 장면 등은 베르디의 새 오페라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객을 압도했다.

초연 이후 10년 동안 아이다는 세계 155개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1872년 이탈리아 공연에서 베르디는 32차례나 커튼콜을 받았다.

아이다는 하마터면 만들어지지 않을 뻔했다.

카이로 오페라극장은 이집트 국왕 이스마일 파샤의 지시로 1869년 11월 수에즈 운하 개통을 앞두고 준공됐다. 베르디 팬이었던 그는 개관 기념 음악을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다. 베르디는 “특정 행사를 위해 곡을 쓰지는 않는다”며 거절했다. 결국 개관 때 1851년 작곡돼 널리 알려져 있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가 공연됐다.

이스마일 파샤는 거액의 사례비를 제시하고 이집트를 소재로 한 작품을 다시 부탁했다. 50대 중반의 베르디는 유명 오페라 20여 편을 작곡한 뒤 여생을 즐기던 터라 또 거절했다. 그러나 이집트 전공 고고학자가 쓴 짤막한 줄거리에 매료돼 생각을 바꿨다.

베르디는 사례비 15만 프랑, 이집트 공연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의 판권, 연출에 대한 권리 등을 요구했다. 그는 “암네리스 역은 소프라노가 아니라 순수한 메조소프라노여야 하며 목소리 외에 극적 자질도 필수”라며 배우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아이다 초연은 1871년 1월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때문에 프랑스에서 제작한 무대 의상이 제때 이집트에 도착하지 않았다. 공연은 결국 12월 24일에야 이루어졌다.

한국에서 아이다는 1965년 11월 5일 국립오페라단이 초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리는 야외공연으로 기획돼 화제가 됐다. 태국과 호주에서 온 코끼리 낙타 등 동물 70여 마리, 출연진과 진행요원 2700여 명이 투입됐다.

비 때문에 날짜가 연기되는 등 이집트 초연만큼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배우의 연기와 무대 장치, 음향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83억 원이 투입된 이 공연은 4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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