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건]여야 ‘이철우의원 사건’ 반성해야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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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강경 대치극을 벌였던 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은 결국 흐지부지 끝날 조짐이다.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로 12일이 지났지만 정치권에선 사건 초반에 감돌았던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정작 국민이 알고 싶은 사건의 진상마저 실종됐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 간첩조작사건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까지도 연일 “이 의원이 연루됐다는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은 고문 용공 조작 사건”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진상규명을 통해 사안을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사건 당사자들의 고문 피해 증언을 앞세워 “간첩 사건은 조작됐다”며 뒤집기에만 공을 들이는 듯한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이 시종 오락가락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열린우리당은 8일 저녁 “판결문만 공개되면 이 의원의 무죄가 확실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가 다음 날(9일) 일부 혐의 사실이 적시된 1, 2심 판결문이 공개되자 “이 의원은 고문을 당했기 때문에 판결문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결문 자체의 신빙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아예 꼬리를 내렸다. 사건 초반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고 여권 인사들의 이념 검증으로 확전(擴戰)을 하겠다던 요란한 목소리는 지금 당 내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노동당원으로) 암약하고 있다”는 주성영(朱盛英) 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당 차원의 공식 사과도 없었다. 정형근(鄭亨根) 의원만이 열린우리당의 고문 조작 의혹 공세에 대해 “내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모든 공직을 사퇴하겠다”고 개인적 항변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이런 사건을 쟁점화하는 게 여야 모두에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이 문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국민만 진상을 알 수 없는 한심한 정쟁(政爭)을 한번 더 지켜본 셈이다. 이제라도 여야가 무책임한 폭로공방에 대해 진지한 자성의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정쟁에 식상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 같다.

이명건 정치부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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