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영찬]‘뉴 라이트’ 애써 무시하는 與

  • 입력 2004년 12월 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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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보수의 기치를 내건 ‘뉴 라이트(New Right)’ 운동을 놓고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 기획자문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정식 의제로 올랐다.

결론은 “보수언론이 의도적으로 띄우고 있으나 철학과 콘텐츠가 없어 대중적 결합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1일 민병두(閔丙두) 기획위원장은 “무뇌(無腦) 정당의 한계를 안타까워하는 주변 사람들의 애정이 아니냐”며 뉴 라이트 운동을 깎아내렸다.

뉴 라이트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냉소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50년간 기득권을 유지해 온 보수층에 변화를 주문해 온 세력은 다름 아닌 현 여권의 주축인 개혁진보세력이었다. 구시대의 유물을 정리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했던 것도 현 여권이다. 보수층에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수구세력’이라는 낙인(烙印)을 찍었던 것도 여권 아니던가.

뉴 라이트는 수구세력과의 단절을 통해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보수층 내의 자발적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양날개론’을 개진해 온 여권으로서는 오히려 환영해야 할 사조(思潮)가 아닌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은 최근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초청 강연에서 “합리적 보수와 개혁진보가 동거하는 민주화세력 가운데 합리적 보수가 떠났기 때문에 당 지지율이 정체상태에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수구적 한나라당도, 개혁의 깃발만 나부끼는 열린우리당에도 기대지 못하는 합리적 보수 세력은 이제 뉴 라이트라는 새 울타리를 모색하고 있다. 김 소장의 분석대로라면 뉴 라이트의 토양은 어찌 보면 현 여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수구세력에 대한 정치공세에 의존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강조한 김 소장의 강연 내용은 그래서 더 시사적이다.

혹시 장기적인 집권을 위해 ‘꼴통 보수’가 현 여권의 ‘파트너’로 계속 살아남아 주기를 바라는 속내가 뉴 라이트에 대한 냉소로 표출된 것은 아닌지 현 여권에 묻고 싶다.

윤영찬 정치부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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