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파워게임’ 대상 아니다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23분


코멘트
국민연금을 ‘한국판 뉴딜’ 투자에 동원하는 데 반대했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했다. 이를 놓고 여권에서는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과 김 장관을 옹호하는 쪽으로 편이 갈리고 있다고 한다. 김 장관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일부에서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많은 국민에게는 정권과 정부 안의 ‘파워게임’으로 읽혔던 게 사실이다.

김 장관의 ‘사과’로 국민연금 운영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봉합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의 근본 문제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부채질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더 방치해서는 안 될 만큼 심각한 상태다. 6월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국민연금을 나중에 타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당장이라도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고 싶다는 국민도 10명에 6명꼴이었다.

국민연금이 믿음을 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립기금이 2047년에는 바닥이 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적립기금이 고갈되는 시기를 2070년경으로 늦추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평균소득의 60%인 급여율을 50%로 낮추고 소득의 9%인 연금보험료율을 15.9%로 올려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고갈 시기를 2047년에서 3, 4년 늦추는 미봉책을 개선안이라고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서는 금융통화위원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국민연금 자산운용위원회를 구성한다 해도 국민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여당은 연금보험료율 인상을 나중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연금 수령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청와대는 물론이고 경제부처나 보건복지부의 ‘쌈짓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인 연금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주식시장 떠받치기 등에 마음대로 동원하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정부는 국민연금 운용이 공익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그 이상은 민간 전문가들이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객관적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겨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