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수경]국가브랜드 어떻게 높일까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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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실시한 최고경영자(CEO) 대상 설문조사에서 ‘기업 성공의 척도’를 묻는 항목에 많은 CEO들이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 브랜드가 시가 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응답이 59%에 육박했다.

세계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기업 브랜드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국가 브랜드다. 아무리 유명한 기업의 상품이라도 원산지가 후진국이라는 표시를 보면 값싸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그 나라의 장기적인 수익과 경쟁 우위를 가져오는 원천이다. 따라서 국가 마케팅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한국상품의 수출경쟁력 좌우▼

우리나라는 10월 세계에서 12번째로 수출 2000억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됐다.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만큼 이제 한국은 수출 물량을 10%, 20% 늘리는 것보다는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상승시켜 가격을 20%, 50%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이다.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를 결정하는 요인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평가해서 저평가되어 있는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훌륭한 관리는 정확한 평가로부터 비롯되며’, ‘측정 없이는 개선이 없다’는 격언이 있듯이 우리가 ‘한국(Korea)’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정확한 잣대로 측정하고 문제점을 발견해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면 우리 국가 브랜드는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산업정책연구원이 3년 전부터 국가 브랜드 측정 모델을 개발해 세계 주요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 왔는데, 올해 연구 결과 ‘Korea’ 브랜드는 3737억달러로 평가됐고, 조사대상 36개국 중 12등을 차지했다. 국가 브랜드 측정 모델은 한 나라의 경제 중에서 해외로 제공되는 제품 및 서비스 수출액과 관광수입 등의 ‘국가 브랜드 수익’, 국가 경쟁력과 타국민이 해당국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친근도 등으로 구성된 ‘브랜드 파워지수’로 산출했다.

지난해 평가 결과에서는 우리나라가 33개국 중 10등을 차지했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단계 내려간 것이다. 그 이유는 분석대상 국가 수가 33개국에서 36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작년에 빠졌던 홍콩이 들어왔다는 사실과 함께 심리적 친근도가 작년 8등에서 22등으로 무려 14단계 내려간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2002년 월드컵 개최 이후 크게 올랐던 한국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한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의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실제 주가가 해외의 대등한 기업들보다 훨씬 낮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디스카운트’ 비율은 50%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20%로 좁혀졌지만, 평균적으로 30%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은 2003년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매출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에서 59위로 랭크되기도 했으며, 국내 최고의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디스카운트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우리나라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열풍도 활용해볼만▼

이제 우리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디스카운트를 없애려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과 심리적 친근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일본까지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소재가 되도록 국가 차원에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과학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서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선진국형의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하수경 산업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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