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문홍]안보 세대차는 없다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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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은 기성세대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보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훨씬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주 육군사관학교에서 사흘간 열린 ‘대학생 안보토론대회’(육사-숙명여대 주최·동아일보 후원)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한 교수는 우리 대학생들의 안보의식이 “매우 현실적이더라”고 평가했다. 안보 관련 연구소에서 나온 다른 심사위원은 대학생 논문이 다양한 시각에 균형감각도 갖추고 있어 “깜짝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3회째인 대학생 안보토론대회는 전국 26개 대학의 대학생 100명과 안보분야를 전공한 박사급 심사위원 47명이 참가한 흔치 않은 행사다. 대학생들은 2박3일간 육사생도들과 함께 생활하며 논문 발표 및 분과별 토론을 벌여 수상자를 가린다.

한 여대생 입상자는 “대학생들도 안보문제에 관심이 많다. 다만 안보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부족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선배 세대가 우리를 잘 이끌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동세대인 육사생도들과 생활해 보니 국가안보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문제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요즘 중장년들은 젊은 세대가 안보문제에 무관심하다고 우려한다. 개인주의가 갈수록 힘을 얻어가는 세태에, 젊은이들의 안보관도 엷어져 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보 관련 대중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어른 일색이고, 젊은이들은 반미(反美) 친북(親北) 구호를 외치는 시위에 훨씬 많이 참여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연 그럴까? 군사분계선(MDL)의 최전방 초소에서 밤낮없이 북쪽을 감시하는 군 장병들은 모두 우리 젊은이들이다. 이라크에서 땀 흘리는 자이툰 부대원들, 도심 시위가 과격화되는 것을 막는 전경들도 기성세대에 속하는 누군가의 아들과 딸, 동생들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나라 안보는 기성세대가 걱정하는 바로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젊은이들의 안보관에 불안한 구석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반미 풍조나 친북 성향은 젊은 세대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시대 변화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더 크다. 반미-친북 주장을 펼치는 시민단체의 리더 중에는 중장년 세대도 많지 않은가.

지난주에 나온 국감 자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 입대 후 5주 기본훈련을 마친 신병은 입대 직전의 예비신병보다 반미 감정이 훨씬 덜하더라는 것이 육군 설문조사 결과다. 일례로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찬성 비율은 입대 전 54%에서 훈련 후 7%로 뚝 떨어졌다. 이건 신병훈련소가 훌륭한 안보교육장 역할을 했다는 증거다.

문제는 군대를 제외한 사회 전체 차원에서 젊은 세대에게 올바른 안보관을 심어 줄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이 안보대비 태세라는 본질은 뒷전에 미룬 채 기밀누출 여부로 정쟁(政爭)을 벌이고,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로 나라가 갈가리 찢겨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올바른 국가관, 안보관을 정립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안보에 관한 한 세대차는 없다고 본다. 세대차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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