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회째인 대학생 안보토론대회는 전국 26개 대학의 대학생 100명과 안보분야를 전공한 박사급 심사위원 47명이 참가한 흔치 않은 행사다. 대학생들은 2박3일간 육사생도들과 함께 생활하며 논문 발표 및 분과별 토론을 벌여 수상자를 가린다.
한 여대생 입상자는 “대학생들도 안보문제에 관심이 많다. 다만 안보에 대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부족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선배 세대가 우리를 잘 이끌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동세대인 육사생도들과 생활해 보니 국가안보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문제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요즘 중장년들은 젊은 세대가 안보문제에 무관심하다고 우려한다. 개인주의가 갈수록 힘을 얻어가는 세태에, 젊은이들의 안보관도 엷어져 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보 관련 대중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어른 일색이고, 젊은이들은 반미(反美) 친북(親北) 구호를 외치는 시위에 훨씬 많이 참여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연 그럴까? 군사분계선(MDL)의 최전방 초소에서 밤낮없이 북쪽을 감시하는 군 장병들은 모두 우리 젊은이들이다. 이라크에서 땀 흘리는 자이툰 부대원들, 도심 시위가 과격화되는 것을 막는 전경들도 기성세대에 속하는 누군가의 아들과 딸, 동생들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나라 안보는 기성세대가 걱정하는 바로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젊은이들의 안보관에 불안한 구석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반미 풍조나 친북 성향은 젊은 세대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시대 변화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더 크다. 반미-친북 주장을 펼치는 시민단체의 리더 중에는 중장년 세대도 많지 않은가.
지난주에 나온 국감 자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 입대 후 5주 기본훈련을 마친 신병은 입대 직전의 예비신병보다 반미 감정이 훨씬 덜하더라는 것이 육군 설문조사 결과다. 일례로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찬성 비율은 입대 전 54%에서 훈련 후 7%로 뚝 떨어졌다. 이건 신병훈련소가 훌륭한 안보교육장 역할을 했다는 증거다.
문제는 군대를 제외한 사회 전체 차원에서 젊은 세대에게 올바른 안보관을 심어 줄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이 안보대비 태세라는 본질은 뒷전에 미룬 채 기밀누출 여부로 정쟁(政爭)을 벌이고,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로 나라가 갈가리 찢겨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올바른 국가관, 안보관을 정립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안보에 관한 한 세대차는 없다고 본다. 세대차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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