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 감축 연기보다 중요한 것은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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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감축 시기가 2008년 말까지 3년간 연기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1만2500명 감축 규모를 고수했고, 한국은 감축시기 연기를 관철시켰으니 양측이 ‘윈-윈(win-win)’의 결과를 도출한 셈이다. 6월 ‘2005년 말까지 1만2500명 감축’이라는 미국측 원안(原案)을 통보받고 당황했던 한국으로선 그나마 전력공백을 메울 시간을 벌게 돼 다행이다.

특히 미군 다연장로켓포(MLRS)부대가 한국에 남고, 아파치헬기부대의 철수도 최대한 늦추기로 한 것은 성과다. 어제 합참의장도 “위협이 크다”고 인정한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도 전에 핵심 미군전력부터 빠져나가면 대북(對北) 억지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라고는 하지만 엊그제 국회에서도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의 침략을 막을 경우 16일 만에 수도권이 붕괴된다’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는가.

앞으로 과제는 정부가 ‘3년 유예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9.9% 늘려 잡았지만, 예산 증액 추세가 당분간 계속된다고 해도 주한미군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전력증강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안보 현실에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차지하는 비중을 재인식하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설익은 자주(自主) 논리로 동맹을 약화시킨 잘못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 국민의 분별없는 반미(反美) 주장이 동맹의 장래를 어둡게 만든 측면도 크다. 우리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런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이번 합의는 한미 두 나라가 흉금을 털어놓고 논의하면 어떤 난제(難題)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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