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9년 蘇 무인 우주선 달도착

  • 입력 2004년 9월 1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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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9월 12일 오후 10시2분 구 소련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무인 우주 탐사선 루나2호를 실은 로켓이 발사대를 떠났다. 목적지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

얼마 후 로켓에서 분리된 루나2호는 혼자서 달로 항해를 계속했다. 14일 오전 7시반 초조하게 상황판을 들여다보던 소련 과학자들 사이에서 짧은 탄식이 터졌다. 루나2호가 보내던 신호가 툭 끊긴 것이다. 지구를 떠난 지 33시간30분. 달과 충돌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애당초 안전하게 착륙시킬 계획은 없었다. 그저 달에 도착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인류가 만든 우주선과 지구 밖 천체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다.

루나2호의 삶은 짧았지만 덧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달에 주목할 만한 자기장과 방사능대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루나2호에는 소련의 페넌트도 실렸는데 만약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 생명체와 만남을 대비한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70년대 초반까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은 달이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 전반전은 소련의 압도적인 우세. 달 궤도 진입도, 달 표면 도착도 소련이 앞섰다. 달 뒷면을 먼저 촬영한 것도 역시 소련 우주선이었다.

루나2호가 달에 정확히 ‘명중’했을 때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달까지는 38만4000km로 지구 둘레의 약 10배 거리. 게다가 달은 움직이는 표적이었다. 이 정도 정확도라면 미국 본토는? 우주 개발은 자존심 차원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케네디 정부는 60년대 들어 2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으며 아폴로 계획에 매달렸다. 그리고 69년 11월 인간을 태운 아폴로11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역전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 달에 영구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달 탐사선 스마트-1호를 처음 쏘아 올렸다.

지난해 세계에서 3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중국은 2010년까지 우주선을 달에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일본과 인도도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달을 향한 경쟁이 30여년 만에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에는 참가 선수가 둘이 아니라 여럿이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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