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194>卷四. 흙먼지말아 일으키며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44분


코멘트
맞바람(5)

장함은 전영(田榮)이 동아(東阿)로 달아나자 그를 뒤따라가 그 성을 에워쌌다. 항량이 그 소식을 듣고 곧 동아로 달려가 그 성 밖에서 장함이 이끈 진나라 군사를 크게 쳐부수었다. 장함이 서쪽으로 달아나자 항량이 이긴 기세를 타고 장함을 뒤쫓았다.

하지만 전영은 제나라 사람들이 형 전담(田담)을 가볍게 잊고 전가(田假)를 왕으로 세운 것에 화가 나서 항량을 따라가지 않았다. 곧바로 제나라로 돌아가 전가를 왕위에서 몰아냈다. 왕이었던 전가는 초나라로 달아났고, 재상 전각은 조나라로 달아났으며, 장군 전간은 먼저 조나라에 사신으로 가 있다가 형이 쫓겨 오는 걸 보고 그대로 조나라에 눌러 앉았다.

전영은 전담의 아들 전불(田불)을 제나라 왕으로 세우고 자신은 재상이 되어 그를 보살폈다. 전영은 또 아우 전횡(田橫)을 장군으로 삼아 그들을 따르지 않는 세력을 평정하게 하였다. 그러자 오래잖아 제나라는 그들 형제의 손안에 들어왔다.

한편 장함을 뒤쫓아 간 항량은 갈수록 진나라 군사가 늘어가는 것을 보고 제나라와 조나라에 사람을 보내 도움을 청했다. 두 나라 모두 군사를 내어 자신과 함께 장함을 쳐부수자는 내용이었다. 제나라의 실권을 쥔 전영이 초나라와 조나라에 사람을 보내 말하였다.

“초나라가 전가를 죽이고 조나라가 전각, 전간을 죽인다면 우리도 기꺼이 군사를 내겠소.”

그러자 초 회왕이 제나라 사신에게 대답했다.

“전가는 가깝게 지낸 이웃나라의 왕으로서 궁지에 몰려 우리에게 의지하러 왔소. 우리 초나라가 그를 죽이는 것은 실로 의롭지 못한 일이오.”

조나라 왕도 제나라 사신에게 말하였다.

“사냥꾼도 품안으로 날아든 새는 쏘지 않는다 했소. 전각과 전간은 일신의 환란을 피해 우리나라에 의지해 온 사람들이오. 그들을 죽여 가면서까지 제나라와 친하고 싶지는 않소.”

그러자 제나라 사신이 조나라 왕에게 말하였다.

“독사가 손을 물면 손을 자르고, 발을 물면 발을 자르는 까닭이 무엇이오? 독이 스민 그 손과 발이 몸에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가와 전각, 전간은 독사의 독이 스민 것과 같으면서도 초나라와 조나라의 손과 발은 아닌데 어찌하여 죽이려고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우리가 서로 돕지 못하고 진나라가 다시 천하의 호응을 얻는다면, 지금 군사를 일으킨 제후들은 모두 반란자가 되어 그 무덤까지 파헤쳐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초나라와 조나라는 제나라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전영은 화가 나서 끝내 항량을 도울 군사를 내지 않았다.

오래잖아 장함은 다시 항량을 기습하여 죽이고 그 군사를 크게 쳐부수었다. 초나라 군사들이 기세를 잃고 동쪽으로 달아나니, 장함은 군사를 돌려 조나라를 치고 거록(鉅鹿)을 에워쌌다. 그 바람에 항우는 아버지나 다름없던 숙부 항량을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거록에서 목숨을 걸고 피투성이 싸움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패왕이 된 항우가 전영이 왕으로 세운 전불에게서 제나라를 거두고, 교동왕(膠東王)으로 내쫓아 즉묵(卽墨)에 도읍하게 한 것은 바로 그때 제나라가 한 짓 때문이었다. 패왕은 대신 장군 전도(田都)를 제나라 왕으로 세우고 임치(臨淄)에 도읍하게 하였다. 전도는 일찍이 패왕과 더불어 조나라를 구원하였고, 함곡관 안으로 따라든 뒤에도 세운 공이 많았다.

글 이문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