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범죄’ 안된다]<中>식품 검사 구멍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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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들은 서울의 한 시장에서 몸에 해로운 방부제가 다량 첨가된 중국산 불량 과일음료를 적발했다. 문제는 이 음료가 수입될 때가 아니라 시중에 유통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는 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체 수입 식품 중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은 15% 남짓. 나머지 식품들은 대부분 검사관이 눈으로 훑어보거나 간단한 서류심사로만 통관된다. 문제가 된 중국산 과일음료도 정밀한 검사 없이 서류심사로만 통관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중국산 농산물과 식품 4만8789건 중 수입될 때 불합격 판정을 받은 불량식품은 고작 341건(0.7%). 수치로만 보면 중국 음식은 대단히 ‘안전한’ 음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식약청이 시중에 유통되는 중국 식품 3244건을 임의로 조사한 결과 불합격률은 통관 때의 3배가 넘는 2.5%(83건)로 올라갔다. 수입될 때의 식품 검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증거. 식품안전 검사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구멍 뚫린 검사=식약청은 매년 초 ‘국민 다(多)소비 식품 20가지’를 선정해 매달 1회 이상 검사하고 있다. 올해는 빵 과자 사탕 두부 도시락 콩나물 고춧가루 건강보조식품 등 20가지가 다소비 식품으로 지정됐다. 바꿔 말하면 이들 20가지 식품과 농산물 외에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식품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실제 국민이 먹는 수백가지 식품 가운데 수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의 검사도 받지 않은 식품이 있을 정도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만두도 지금까지 ‘빵 및 떡류 가운데 기타 항목’으로 분류돼 식약청이 단 한번도 검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식약청 업무 지침과 달리 일선 지방식약청은 수거 검사 과정에서 20가지 식품 전체를 수거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식약청 관계자는 “지난달 사탕과 냉면육수 등 두 가지만을 수거해 검사했다”고 말했다.

▽태부족한 식품안전 인력=서울식약청 식품감시과 직원 8명은 서울과 경기 북부, 강원지역의 모든 식품에 대한 안전 업무를 떠맡고 있다. 이 지역에는 식품 제조·가공업소 2만개, 음식점 20만개,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소 700여개가 있다. 8명의 직원이 이들 업소를 모두 점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본청과 6개 지방청에 60여명의 감시 인력이 있지만 업무량에 비해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식품관리 체계화 시급=정부의 유관 부처별 소관 업무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재배되고 있는 콩나물은 농림부 소관이지만 판매용 용기에 담긴 콩나물은 식약청 소관이다. ‘농약 콩나물’ 등이 문제가 됐을 때 이들 부처는 서로 이 문제를 떠맡지 않으려는 이상한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식품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부 해양수산부 교육인적자원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분산돼 있다. 또 식품위생 및 안전과 관련된 법규도 식품위생법 축산물가공처리법 농산물품질관리법 학교급식법 등 다양하다.

수입품의 경우 축산물 및 축산가공품은 농림부 수의과학검역원이, 수산물은 해양수산부 수산물검사소가, 그 외의 식품은 식약청이 검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검사정보시스템은 따로 놀고 있어 식품안전 관리가 종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역체계에도 구멍이 나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입 농수축산물의 유전자 조작 여부와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을 탐지하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수입 농축산물은 서류심사와 육안검사에 그치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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