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기술연구소에서 일하는 조호철(趙晧哲·37) 조사관은 요즘 집에서 틈나는 대로 전통주 빚는 일에 푹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집에는 술의 ‘원료’인 밥이 남아나지 않는다. 아내에게 ‘밥도둑’이라는 타박을 듣기도 하지만 술 빚는 일은 즐겁기만 하다.
“처음에는 직업 때문에 술에 빠졌죠. 술 마시는 게 일이었거든요. 지금은 순전히 취미로만 즐기고 있습니다.”
그가 1996년 기술연구소에 들어와 맡은 일은 전국에서 생산된 술의 성분을 분석하고 품질을 연구하는 것.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데다 주량이 소주 2병으로 술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금세 일에 매료될 수 있었다.
최근 주조사(酒造士)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특히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통주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와인이나 위스키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전통주가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경쟁력 없는 술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는 전통주를 알리는 방법으로 ‘자가 양조’를 선택했다. 2002년 인터넷에 홈페이지 ‘조호철의 주(酒) 이야기’(http://user.chollian.net/∼chhbin/)를 개설하고 자가 양조 방법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홈페이지를 찾은 사람은 7만5000여명, 전통주 빚기 회원은 1500여명이다. 회원 가운데에는 100종 이상의 전통주를 빚고 일본식 청주까지 만든 경험이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한국 정취를 간직하고 싶은 해외교포와 80세 노인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자신의 술 빚기 노하우를 담은 책 ‘나만의 맥주 만들기’와 ‘우리술 빚기’ 등 2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이제 막 빚은 술을 항아리에 넣고 보듬어 보세요. 꼭 임신한 아내의 배를 쓰다듬는 느낌입니다. 정성을 들이면 술맛도 일품이죠.”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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