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소설 자산어보 ’…정약전의 집념과 민초들의 삶

  • 입력 2004년 3월 5일 17시 40분


코멘트
◇소설 자산어보 전 2권/오세영 지음/각 347, 325쪽 각 8500원 명상

작가 오세영은 루벤스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에서 상상을 발전시킨 인물 ‘안토니오 코레아’를 등장시킨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으로 밀리언셀러를 만든 이다. 간명한 문장으로 사건의 전개를 주로 다루는 그의 소설들에서 문학 본령의 깊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잘 읽히는 대중소설이라는 특장이 있다.

‘소설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조선조 후기 신유박해 후 흑산도로 귀양 가 있던 무렵의 사회사를 빠른 필치로 써 내려간 것이다.

유배지에 내몰린 지식인 정약전과, 그를 도와 ‘자산어보’를 만든 실존인물 장덕순(소설 속에서는 창대), 조정의 비호 아래 이 두 사람을 고사시키려 했던 서원의 행태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여기에 홍경래의 난으로 봉기한 농민들과 민란 후에 쫓기는 인물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꿈꿨던 노비들, 해녀들이 이야기의 부피를 키운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처럼 꼼꼼한 자료조사가 돋보이며 실학시대의 갖가지 박물지 차원의 성과들이 간간이 소개되고 있다.

작품의 시작과 결말 부분에는 역시 고도에 유배된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등장해 한반도까지 갔다 온 군인에게서 ‘자산어보’에 대해 듣고, 감회에 젖는 것으로 나온다. 이야기의 규모를 키우는 상상이지만 다소 황당하게 읽혀진다.

‘자산어보’는 흑산도 근해의 어류와 해조류의 습성과 형태 등을 기록한 책이다.

이 소설을 읽으려는 이들은 정약전이 어떤 열정으로 유배지의 물 속을 훑고 다니며 낯선 물고기들을 분류하고, 이름 지었는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쉽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본격적인 묘사와 해설이 적은 것도 이 작품의 한계로 보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