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동맹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42분


코멘트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이전 여부를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만 해도 ‘미국의 연합사 이전 통보’(국방부 대변인)와 ‘통보받은 바 없다’(국방부 정책실장)는 상반된 소식이 전해져 국민을 헷갈리게 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국방부가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지휘부 이전이라는 중대 사안이 한미간의 합의가 아니라 미국의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것 같아 유감이다. 지난달 한미연례안보협의회 때 두 나라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에서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합의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미국은 이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 한국측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양측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증거가 아닌가.

주한미군 재배치가 이런 식으로 매듭지어져서는 안 된다. 연합사의 용산기지 잔류 여부를 놓고 그동안 28만평을 달라는 미측 요구와 17만평 이상은 어렵다는 한국측 주장이 맞서 왔다. ‘땅 몇 만평’ 차이가 연합사를 움직일 정도로 중요한 것인가. 북핵 문제 해결이 난항을 겪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한미간에 틈새가 벌어진다는 인식까지 주면서 주한미군 재배치를 서둘러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미군기지를 돌려받는 상징성이 크기는 하다. 그러나 연합사까지 한강 이남으로 옮길 경우 손상될 주한미군의 전략적 함의와 국민의 심리적 불안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연합사는 이런 의구심이 해소된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

세계적 환경 변화에 따라 미국이 변하는 것처럼 우리의 대미 외교도 현실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새 정책이 한미관계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질시키는 요인이 된다면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미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50년 동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용산기지 이전 문제는 반드시 양국의 합의로 추진되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