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순수했던 김병현’은 어디에…

  • 입력 2003년 11월 10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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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선수에게.

우리는 서로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지요. 김 선수가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3년 전 이맘 때 본사에 들러 얘기해 본 기억이 전부군요.

그때 저는 참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김 선수는 대단히 촉망받는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전혀 거부감은 들지 않더군요. 타향생활의 외로움에 잠을 못 이루고, 그래서 전자오락으로 밤을 새울 때도 많다고 했죠. 수줍은 성격 탓에 상대의 시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고 얼굴도 자주 붉어지더군요. 솔직히 개구쟁이 막내 동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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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뭡니까.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김 선수는 분명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카메라가 부서지고 사진기자가 다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처음엔 걱정이 돼서 초상권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훑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허락 없이 공개했다면 분명 초상권 침해입니다. 그러나 공인에 대한 언론보도는 다르더군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으로, 공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했거나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쉽게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는다고 돼 있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가 서로 충돌할 때는 사안에 따라 법원이 판결을 내려야겠죠.

하지만 저는 김 선수가 홈페이지(www.bk51.com)에 올린 글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A4 용지 3장이 더 될 장문의 글이더군요. 한마디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 속엔 김 선수의 분노뿐, 3년 전의 천진난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인기피증, 정신이상에 인성교육이 덜되고 가진 것은 힘밖에 없어 사람 폭행하고 다니는 김병현’이라고 서두를 꺼낼 때만 해도 웃음이 나왔죠. 그런데 김 선수는 ‘부모님도 모르게 귀국했으니까 팬 여러분은 너무 실망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손가락 사건에 대해선 ‘어깨가 아프면서도 꾹 참고 죽으라고 던진 데 대한 배신감의 발로’였다고 했죠. 반성의 뜻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국내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선 ‘함부로 기사 쓰는 사람들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선 ‘한번만 더 그러면 가만있지 않겠다’든가 ‘그래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운동하니까 다행’이라고 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입니다.

주제넘지만 김 선수에게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아직은 김 선수보다 더 대단한 선동렬 같은 선배가 그동안 어떻게 언론을 대하며 자신의 인생을 가꿔왔는지를 한번 살펴보십시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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