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의 ‘마이웨이’ 소신인가 시위인가

  • 입력 2003년 11월 6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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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내년 총선 전에 추진하겠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가 6일 최병렬(崔秉烈)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시기까지 못을 박으며 ‘마이 웨이’ 행보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홍 총무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당내 입지 구축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란 분석도 있지만 홍 총무 자신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소신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선 불법자금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켜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현시키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라고 주장했다.

홍 총무는 “지금의 구도는 대통령에게 무한한 권력을 주고 국회 의석을 지역적으로 분할한 87년 체제의 연장”이라며 “3김(金)시대의 지역분할을 혁파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목표가 돼야 한다”면서 중대선거구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홍 총무는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에 대해 한나라당이 결심만 하면 민주당과 자민련의 찬성으로 개헌이 가능한데 왜 검토를 안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최 대표의 ‘시기상조론’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언로가 막혀 있다. 당내에도 호응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만큼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당내 분위기 확산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홍 총무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내 일각에서는 최근 비상대책위 가동으로 입지가 줄어들자 최 대표를 상대로 ‘정치적 시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분권형 대통령제와 중대선거구제는 일괄 타결돼야 한다는 홍 총무의 설명을 놓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얻어내기 위한 대가로 ‘중대선거구제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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