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세계민담전집'…지구촌 각 민족의 설화와 인생애환

  • 입력 2003년 9월 26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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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민담전집/신동흔 외 엮음

미당 서정주 시인은 어린시절 외할머니에게서 들었던 민담(民譚)을 훗날 산문시집 ‘질마재 신화’로 다시 탄생시켰다. 소설가 최인석의 장편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에서는 “나는 지네다”라고 절규하는 주인공의 밑바닥 인생과 지렁이를 아비로 둔 견훤의 설화가 얼크러진다. 언제 누가 지었는지 모르는 ‘옛날이야기’가 서사의 근원이 되며 또 서사 속에 녹아 ‘새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계민담전집’이 출간됐다. 1차분으로 나온 것은 한국 러시아 몽골 남아프리카 스페인 편 등 10권.

전집을 기획한 ‘황금가지’의 장은수 편집부장은 “이제껏 대개 아동판이나 중역판으로 소개된 민담을 해당 문화를 잘 이해하는 민족어 전공자가 원어 번역을 했다”며 “국가의 구분보다는 같은 언어와 관습을 공유하는 민족의 분포와 문화권을 고려해 분류했다”고 말했다.

민족의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환경이 새겨진 민담은 지역과 시대, 전하는 이의 개성이나 생활사 등에 따라 변주되면서도 그 밑바닥에는 민족 고유의, 변하지 않는 보편성이 깔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의 민담은 각 민족의 생각과 상상력의 질감, 문화의 특이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장치가 된다.

한국 민담에는 민족의 역경이 투영된 ‘총체적 인생고(人生苦)’를 담은 이야기가 많고 동서양의 여러 문물이 뒤섞여 있는 러시아의 민담은 이야기 전개의 공간적 배경이 불분명하고 환상적인 등장인물이 흔하다. 남아프리카 민담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가 전사나 추장부인으로 ‘활약’하는 것으로 묘사돼 경직된 사회 가운데 숨쉴 수 있는 틈새의 기능을 한다.

전집은 잉카·과라니, 인도, 집시, 아랍 편 등이 추가돼 내년 말까지 30권으로 완간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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