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의 자본주의 발전과 사회변동'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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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본주의 발전과 사회변동/김철규 지음/287쪽 1만원 고려대출판부

노태우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4차례 행정부에 걸쳐 혈세 낭비, 자연 파괴, 사회 분열을 야기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종국적 향방이 머지않아 결정될 것 같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개방경제 질서에 일부 첨단 전자산업, 중공업, 정보통신산업 등의 산업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 경제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관계와 재계의 확고한 입장이고 보면 농업의 희생은 새만금 사업이 구상되던 시기에도 이미 예정돼 있었다.

개발지상주의 이데올로기의 파행적 확장에 따라 억지놀음으로 추진돼 온 새만금 사업을 계기로 한국인들은 이른바 ‘발전’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따져보고 그 방향과 내용을 성찰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특히 자기파괴적인 새만금 사업이 전북 지역에서는 오히려 지역발전의 기회로 인식되는 역설을 타파하기 위해 오늘날 ‘발전’이라는 현상이 농업, 생태계, 문화, 세계화 등의 변수들과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현실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지적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발전사회학을 전공해 온 저자(고려대 교수)는 세계체제론, 국가, 사회운동, 농업, 생태주의 등의 문제들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번 저서는 그 연구 성과들을 중간 결산한 것이다. 일견 이 책에 수록된 각 장의 내용은 매우 다양해 주제의 통합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저자의 학문적 사회적 문제의식의 핵심이 바로 이처럼 다양한 사안들의 상호 결부성에 있다. 새만금 사태야말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과 같은 ‘발전’에 대한 복합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일깨워 준다.

이 책은 크게 ‘세계체제와 남한의 발전’(1~4장), ‘자본주의 발전과 농업’(5~9장), ‘발전의 환상과 현실’(10~11장)로 구성돼 있다. 특히 1장에서는 ‘발전주의’ 이데올로기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과 철학적 생태적 한계를 짚었고, 4장에서는 광복 후 남한의 사회변동을 세계체제 국가 시민사회의 관계 속에서 분석했다.

5장에서는 미국의 농업이 ‘자본과 국가의 결합’에 의해 세계 지배적 자본주의 농업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어떤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는지 설명했다. 7장에서는 시설재배 농업의 사례를 통해 남한 농업의 구조전환의 허실을 파헤쳤고, 11장에서는 남한의 경제발전 지상주의의 이면에서 치른 사회적 생태적 대가들을 지적한 뒤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요구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철학적 정치적 변신을 논의했다.

저자는 이런 내용들을 다루며 광범위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설정과 분석을 하고 있지만 그 논지는 매우 절제돼 있다. 때문에 이 책의 내용과 결론에 대한 정면 반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본서의 한계이기도 하다. 매우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소화한 만큼 저자는 이런 사안들을 통합적으로 고찰해야 할 독창적 당위성을 훨씬 과감하고 선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었다.

장경섭 서울대 교수·사회학 changk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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