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덤 1집 효과는 0.015집" 국제바둑학술대회서 발표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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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덤이 5집반에서 6집반으로 늘었지만 흑이 여전히 유리합니다. 특히 속기 대국이나 일류급 기사들의 대국에선 흑의 유리함이 두드러집니다.”

지난달 26,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레닌그라드대 기숙사에서 열린 제2회 국제바둑학 학술대회에서 인천대 경제학과 조전혁 교수(사진)는 ‘바둑의 착점 선택에 관한 경제학적 접근’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명지대 바둑학과 주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한국 미국 러시아 독일 중국 스위스 등의 학자 12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 교수 등은 1999∼2002년 국내 프로기사의 대국 1178판을 분석해 바둑 착점의 선택 과정과 덤의 효과 등에 대해 연구했다.

조 교수는 “덤이 5집반일 때 흑의 승률이 55.5%였고 6집반일 경우 53.7%였다”며 “하지만 덤 1집 증가로 인한 효과는 온전한 1집이 아니라 0.015집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즉 덤이 늘어나자 흑 쪽에서 새로운 전략전술을 들고 나와 덤 1집의 증가 효과를 크게 상쇄했다는 것. 덤이 늘어나도 흑의 승률이 높은 것을 볼 때 7집반, 심지어 8집반의 덤까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특히 국제대회에서 흑의 승률은 57.9%로 국내 대회보다 높아 일류급 기사일수록 ‘흑의 승리’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가 흑을 잡으면 보다 고차원적인 전략전술을 사용해 덤의 부담을 줄인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덤 경매제’ 같은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흑을 잡고 싶은 기사가 ‘내가 덤을 얼마 주겠다’고 제안해 상대가 수락하면 흑을 잡는 것. 예를 들어 속기 대국은 흑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8집반의 덤을 제안하는 기사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180수 이상 진행된 불계(不計) 대국의 경우 돌을 던질 때의 집 차이를 계산해 본 결과 덤을 포함해 3집반 이상 차이가 날 경우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대국자들이 착점을 할 때 기회비용, 위험보상(risk return) 관계, 집적된 정보, 투자효율을 고려해야 하므로 경제학적 의사결정 이론에 부합한다”며 “최근 경제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론을 연구하는 데 바둑이 적절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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