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참여 자체가 강대국의 상징인 만큼 회원국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보리스 옐친을 비롯해 자존심 강한 러시아 정상들이 정치분야 회의에 참석했다가 경제분야 회의가 시작되면 퇴장해야 하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준회원 지위를 감수한 것은 G8의 권위와 영예 때문이었다. G8 무대에 데뷔하는 중국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사교 모임’이니 ‘말 잔치’니 하며 강대국 정상들의 호화판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국력을 키워 G8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이번 주 러시아에 주요 강대국 정상들이 집결한다. 러시아가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 300주년을 맞아 대규모 축제를 준비하고 50여개국 정상들을 초청한 것이다. 러시아는 4년 동안 15억달러를 들여 잔치를 준비했다 한다. 물론 G8 정상들도 총출동해 잔치의 주역으로 활약한다. 주말에는 호스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 정상들의 회담이 계속된다.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데르 푸슈킨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유럽을 향해 열린 러시아의 창’이라고 했다지만 이제는 ‘세계를 향해 열린 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G8에 포함된 강대국도 아니고 EU 회원국도 아니지만 중국 일본을 포함해 국제적 잔치에 초대된 50여개국의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현실이 씁쓸하다. 러시아에 우리는 아직도 ‘먼 나라’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수출입 규모 기준으로 세계 12위에 올랐으나 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의 대외 지위를 높이는 것도 정부의 책임인데 요즘 제대로 하는 걸 찾기 힘든 상황이니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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